운둔근
: 운은 우둔하면서도 끈기 있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
미니텃밭에 앵두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아주 작은 공간이기에 앵두나무가 적당했다. 담이 빛을 가리고 있어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앵두나무가 이곳. 이 자리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땅을 고르고, 흙에 영양분을 더해 앵두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앵두나무는 4월에 꽃이 피고 5월 중순쯤 열매가 열린다. 나무를 심고 보통 2~3주가 지나면 푸른 잎이 올라오고 그 뒤 꽃이 피는 순서로 나무가 자란다. 나무를 심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마당에 심어 놓은 앵두나무를 쳐다보았다. 새싹이 돋아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은 꽃봉오리를 보여주지 않을지. 대문을 오갈 때마다 앵두나무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두나무 새싹순은 피어오르지 않았다. 나무를 심고 3주가 지나고 4주가 지나도 도통 새싹순이 보이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후기에는 파릇한 새싹들이 앞다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나의 앵두나무는 앙상한 가지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이의 앵두나무에는 꽃을 피우기도 했다.
평점심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동요되지 않고 항상 편안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음.
비슷한 시기에 심은 다른 이들의 앵두나무는 풍성한 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데 나의 앵두나무는 아직 추운 겨울 속에서 홀로 잠들어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올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저렇게 잠만 자고 있으려나. 매일을 쳐다보며 오늘은 싹을 틔우지 않았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요리저리 앵두나무를 살펴보았다. 여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포기 상태로 접어든 나의 마음은 앵두나무를 바라보는 눈의 횟수도 줄어들게 만들었다.
앵두나무를 심은지 6주가 지나고 있을 때쯤 나뭇가지 틈으로 잠에서 깨어난 푸른 싹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이제야 겨울잠을 깨고 늦은 봄을 맞이 하려고 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2~3주면 푸른 잎이 돋아나는 평균의 기준에서 훨씬 늦게 싹을 피우기는 했지만. 때가 되니 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구나.
엔트로피 법칙이 말해주듯이 세상은 늘 무질서를 향해 간다. 인생사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늦게 피는 꽃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다른 이들의 앵두나무처럼 나의 앵두나무도 그들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성장을 하기를 바랐다.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지만 한 달이 넘게 차이나는 성장 속도에 마음이 조급했고. 흔들렸다. 영양제를 사다가 앵두나무에 뿌려줄까? 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심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때가 되면 알아서 잘 커줄 거라는 믿음을 가졌더라면.
조금 늦게 푸른 싹을 보인 앵두나무는 며칠 뒤 꽃을 피웠다. 물을 주고, 빚을 주고, 거름을 주고,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을. 때가 되면 알아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을.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 아무리 빨리 싹이 나도록 재촉을 한다고 한들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에 싹을 틔우지 않는다는 것을. 대문 한편에 심어 놓은 앵두나무가 조용히 인생을 말해주고 있었다. 인생사 다 때가 있는 법. 우둔하고 끈기 있게 기다리면 운은 반드시 온다. 다른 사람의 앵두나무가 어떻든 간에 그들의 성장에 동요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앵두나무에 집중한다. 그러면 반드시 꽃은 피고 열매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