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정리를 했다. 재작년 김장김치가 냉장고 구석에서 쉼 없이 발효되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유통기한이 2014년을 가리키고 있던 여러 소스들. 햄버거 세트를 주문해서 먹고 남은 케첩 봉지들. 피클. 핫소스 등 배달음식을 먹고 난 뒤의 잔해들이 고스란히 냉장고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수 어달 간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지 않았으니 먹는 것보다는 버려야 되는 것들이었다.
먹지도 않는 것을 짧게는 수어 달. 길게는 수년 동안 냉장고에 고스란히 모셔놓고 지내온 나의 게으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락앤락 통에 들어있던 어느 반찬류를 음식쓰레기통에 넣을 때는 그동안 수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 보았던 내가 그렇게 썩어가고 있던 반찬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구석에 먹다 남은 딸기잼을 발견하지 못하고 또다시 딸기잼을 구매해 냉장고 앞줄에 넣어 두면서 자연스레 구석에 있던 딸기잼은 유통기한이 지날 때로 지나버렸고 딸기잼 색감도 흐리멍덩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우리 집 생활비중 50%를 차지하고 있는 식비를 줄이고 줄여 시드머니를 만들었던 나였는데... 더 이상 식비는 줄일 수 없을 만큼 꽉꽉 쥐어짰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봉투 안이 한가득 쌓여갈 때마다. 음식쓰레기통에 썩은 음식들이 한가득 쌓여 갈 때마다. 나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낭비로 인한 결과에 한숨이 내쉬어졌다.
매번 아이들에게 아프리카 아이들의 한 끼의 소중함을 이야기해주면서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정작 나는 이렇게 많은 음식들을 버리고 있으니... 아이들 보기가 참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너무 꽉꽉 들어찬 냉장고 구석에 있던. 제일 밑에 깔려 있던. 내 눈에 보이지 않던 음식들은 더 이상 음식이 아닌 음식쓰레기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비워냈어야 하는데... 채우기만 했던 나.
냉장고 속을 비우고 나니 보이지 않던 냉장고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냉장고 속에 음식들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불필요 한지.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답답하게 채워져 있던 냉장고처럼. 답답하게 꽉꽉 채워져 있는 나의 마음도 하나둘 비워 낸다면 보이지 않던 나의 마음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의 마음을 한눈에 알아채리고. 내 마음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은데.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난 뒤 냉장고 안의 모습을 보니 나의 마음도 이렇게 정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수어권의 책들에 묻기도 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아직 난 마음속에 꽉꽉 쌓여 있는 것들을 비워내지 못하고 있다. 계속 채워 놓기만 할 뿐 비워 내지 못한다. 냉장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딸기잼을 발견하지 못해 새 딸기잼을 냉장고에 채워 놓는 것처럼. 이미 답은 저 한쪽 구석에 있는데 나는 또다시 새로운 답을 찾고자 고민하고 고민하고 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소유의 진정한 삶을 이해할 때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불필요한 것에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홀가분한 마음.
여기에 행복의 척도가 있다.
-법정스님 말씀-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텅 비워 낼 줄 알아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꽉 찬 마음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채워질 수 없듯이. 불필요한 것들은 하나둘 내려놓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나는 지금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것들을 안고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무소유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