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동행 or 이별

불안은 잘해보고 싶다는 미래의 신호다.

by 새나

불안은 잘해보고 싶다는 미래의 신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때가 있었다. 남편이 주는 생활비로 한 달을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못 먹고, 못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 하고, 안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 뉴스에서는 매일 북한과의 대치상황이 방송되고 있었고, 뉴스의 80%가 부정적인 뉴스를 이야기하고 있던 그때.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 찮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지진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날지도. 나의 삶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워 버릴지도 모르는 일들이 언제 어떻게 생겨날지도 모르는데 아등바등 미래를 위해 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내가 생각했던 나의 삶을 먹어치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나는 점점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잘해 보려고 마음을 먹게 되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세상의 온갖 걱정들이 나의 생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아파트 고층에서 돌을 던져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주차된 차가 갑자기 움직여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길을 가다가 넘어지지 않을까?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치지 않을까? 세상의 온갖 걱정은 다 수집해 나의 걱정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고생은 사서 해도 되지만 걱정은 사서 하는 거 아니다


걱정이 쌓일수록 불안감은 점점 더 해 졌다. 그렇다고 아이들 건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걱정해서 아이들이 건강해 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걱정 바구니에 걱정들을 수집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돼서 이 정도 걱정쯤이야. 이 정도 불안감이야. 충분히 견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불안과 함께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정경제가 위태롭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재테크를 잘해서 가정에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발로 뛰면서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안 쓰고 안 입고 안 놀면서 시드머니가 통장에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재테크는 지출을 관리하면서 돈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고, 부수적인 수입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재테크를 잘해서 더 많은 수입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불안한 마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잔잔한 파도가 태풍을 몰고 오듯 불안감은 나의 일상마저 멈춰 버리게 했다.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고,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 목소리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일단 내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재테크에 관한 정보들을 차단했다. 더 이상 유튜브로 부동산 동향에 관한 것을 보지도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 나에게 잠시 쉼을 주기로 했다.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 애썼다. 마음공부를 위해 나를 위로해 주는 책을 읽었다. 담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 삶의 흐름에 나를 내맡기기로 했다. 애쓰지 않기로 했다. 잘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불안한 마음이 나를 지배해 버리는 것이 두려워졌다. 불안과 이별을 선언했다.


돈을 벌고 싶다면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해요


돈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 주어진다. 내가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밀고 나가는 것이고, 그 대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멈춰야 한다. 어떤 외부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가지고 있다면 GO. 살랑되는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유리 멘털을 가지고 있다면 STOP.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불안함에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가지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의 삶 속에서 불안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불안과 동행? or 이별?



불안은 잘해보고 싶다는 미래의 신호이다. 그리고 잘된 일에 대한 대가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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