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로시 Oct 14. 2021

그때(時)는 반드시 온다.

옛말에 '산에 오를 때는 험한 길을 인내해야 하고, 눈 덮인 곳을 갈 때에는 위험한 다리를 인내해야 한다'라고 하였으니, 여기에서 '인내'라는 말 한마디는 참으로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산길처럼 험악한 인정과 눈 덮인 다리처럼 위태로운 세상 역정에서, 만약 '인내'라는 말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의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가시덤불과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채근담 전집 180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잠시 멈춰 서있다. 소소한 재테크를 하며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도 잠시 멈춰 서 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을 쪼개야 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나는 그렇지 못하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집안일을 마치고 예기치 못한 일들에 대처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이 의미 없어 보이기 시작했다.


출간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글을 쓴 지 3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다.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알지만... 지루한 시간의 흐름에 지쳐버린 것 같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이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헛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무의미한 글쓰기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그냥 써 내려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그냥 일단 쓰고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새우초밥을 너무 좋아한다. 이 새우초밥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다. 매번 돈 걱정에 마음껏 먹지 못하는 새우초밥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했다. 돈 좀 많이 벌고 싶다. 돈 많이 벌어서 마음껏 새우초밥 좀 먹어보자고 말이다. 그런데 돈을 벌면 벌수록 더 큰 욕심이 생겨 났다. 어제 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내일은 더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먹고 싶은 새우초밥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욕심이 욕심을 부풀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슬럼프가 왔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내가 뭘 했다고. 슬럼프가 오고 번아웃 증후군이 온단 말인가. 더 열심히.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하루하루 버티고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처럼 이렇게 게으른 사람에게도 슬러프가 오고 번아웃이 온다는 말인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지 나의 재능을 의심한다. 이렇게 열심히 안 쓰고 안 입고 모았는데 이것밖에 모으지 못했냐고 나를 타박한다. 이 만큼 했으면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 정한 한계선에서 대가를 바라고 있다. 나는 늘 이렇게 나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충분하지 않으면 나를 다그치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무시해 버린다.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라고...

옛말에 '산에 오를 때는 험한 길을 인내해야 하고, 눈 덮인 곳을 갈 때에는 위험한 다리를 인내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험한 길을 인내해 산 정상에 오르고, 눈 덮인 위험한 다리를 인내하며 건너다보면 다리 건너편의 새로운 세상에 도착할 수 있다.


어쩌면 나는 지금 험난 한 산속 길을 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눈 덮인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멈추지 않고 인내하고 걷다 보면 산 정상에 오르고, 다리 건너편 세상에 도착할 것이다. 그 시간을 견뎌 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인내의 시간이다.


아직 나에게 그때()가 오지 않았을 뿐. 그때(時)는 반드시 올 것이다. 반드시.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 성장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