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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Dec 13. 2022

나의 이야기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참 열심히 살았다'라고 나를 토닥였다. 내가 나에게 격려와 위로의 토닥임을 어깨 위에 살짝 올려 두었다. 40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 속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라는 말에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심히 산 내 앞에 있는 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았다. 비난, 불만, 나약함, 두려움, 비웃음... 뭐 이런 것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냥저냥 일상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후회를 데리고 와 나의 어리숙했던 선택을 덮어 버렸다. 그렇게 한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그래야 지금 내가 살 것 만 같았다.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호의가 호구로 돌아왔다. 온갖 욕설로 전해지는 새벽 시간 전화기 속 세입자의 목소리.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으로 어이없는 시간 속에 갇혀 버렸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엉켜버리는지 알 수가 없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새벽의 고요함 속으로 전해지는 천둥 같은 소음이 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추운 겨울밤 새벽어둠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가끔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칼에 잘라 버려야 했다. 호의가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답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해결책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주는 해답을 얻고자 했다. 쓸데없는 잡소리가 마음속을 휘집고 다녀도 그냥 무시해 버렸다. 이미 내가 지쳐 있어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나의 발버둥인지. 그냥 시간이 건네주는 해답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내가 할 것은 없었다. 소란스럽게 마음속에서 떠들어 대는 에고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 말고는 없었다.


내가 했던 지난날의 치열한 노력들이 헛된 일만은 아니었다. 단단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 읽었던 책들 속의 글들이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책들 속에 문장이 나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고 있었다.


마음의 불편함을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을까? 기도를 해도 좋고, 긍정 확언을 반복해서 말해도 좋고, 뭐든지 즐거움이 느껴지는 일을 하면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도 좋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힘이 있다.

- 그냥 오는 운은 없다 중


모든 일은 가장 적당한 시기에 가장 적당한 방법으로 찾아온다.

기대를 버리면 실망도 없고 고통도 없다.

- 힘들었던 날들을 좋았던 날들로 중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 속의 이야기가 다 그렇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에게 올 수도 있고, 내가 주었던 호의가 호구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고... 인생이라고 불리는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모두가 나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도 별반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흘려가는 시간 속에서 툭 던져주는 해답을 얻으며 살아가고자 한다.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적는 이 시간도 나에게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는 나의 시간에 나는 지금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티베트 속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루어질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어지겠네" 억지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차피 나에게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을 길게 보며 살아가자. 당장 눈앞에 펼쳐진 일들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을 가져다 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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