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신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신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릴 적 교회를 매일 다녔다. 어느 하나의 사건이 교회라는 곳을 멀게 했지만 그렇다고 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라마다 믿고 의지하는 신들이 있다. 일본은 다양한 신들을 믿고 있다. 일본에는 현재 12만 개의 크고 작은 신사가 있다. 숭배 대상인 신은 무려 802만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신들에게 건강, 학문, 사업의 성공, 가족의 무사 등을 바라는 기도를 한다.
여행을 하다 만나는 그 나라의 신들에게 가끔 소원을 말 한다. 언어가 통할지는 모르지만 간절했던 마음을 남겨두고 오기도 했다. 꼭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에게 기도를 하고 싶어 진다.
스미요시 신사는 1800년 전에 세워진 곳이다. 항해 수호신인 스미요시 3 신을 모시는 신사이다. 스미요시 신사중에서도 최초의 신사라고 전해지고 있다.
신사를 방문하는 여행객들 손에는 핸드폰이 늘 함께 있다. 기도를 드리기 위한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기도를 시작한다. 도리이를 통과하기 전 먼 곳에서부터 신사를 향해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다. 여행객들은 도리이를 통과하기 전부터 핸드폰을 꺼내 신사를 담는다. 이색적인 풍경을 남기고 싶은 여행객의 마음이다. 신사를 보다 보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들이 곳곳에 존재했다. 기도를 드리는 공간은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표시가 있다. 여행객들은 그곳에서는 카메라를 켜지 않았다. 내가 만났던 여행객들을 그랬다.
행운이 필요했다. 복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 나다. 사용방법에 대해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복이라는 글자가 적힌 바가지를 들고 왼손부터 씻고 다음 오른손을 씻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물을 받아 입을 살짝 씻어 냈다. 제대로 한 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그림대로 하긴 했는데. 복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다른 것도 해보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정리했다. 우리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의 간절함도 소중하니깐.
나의 기도가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행운이 온 것 같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안 되는 일은 안되지만 예상하지 못한 행운이 오기도 했다. 믿음의 차이니깐.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 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는 거니깐.
이런 게 행운이 아닐까. 걷다가 마주한 스모 연습 경기 장면. 처음이다. 스모경기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만화 속에서나 보던 스모선수들을 생생한 현실로 보고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새롭고 설레었다.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문득 마주하는 예기치 못한 행운을 만나는 일들. 일상도 여행 같기를 바라는 나다. 사진 속에는 담지 못하는 현장의 생동감이 아쉽다. 묵직한 그날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스미요시 신사에는 스모의 신 동상이 있다. 동상의 손바닥을 만지면 스모의 신 힘이 전달된다고 믿는다. 여기에 모인 스모 선수들은 동상의 손바닥을 만졌을까. 궁금해진다.
여행에서 만나는 새로움이 좋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새로움은 늘 불안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새로운 사건들을 피하기에 바빴다. 익숙한 것에만 마음을 두며 살았다. 여행을 떠나오는 마음도 몇 번의 다짐을 해야 했는지 모른다. 막상 떠나오면 이렇게 좋은데. 떠남의 시작이 어렵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여행을 망설이게 했다. 막상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시작이 어려운 거다. 여행은 나에게 그랬다. 여행을 떠나온 그 순간부터 새로움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