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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문 Jun 06. 2019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면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대통령님 본인은 당연히 행사에 참석해 여러 애국지사들을 위로했을 겁니다. 그에 대한 청와대의 게시글을 읽는데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거기에 덧붙여진 ‘보수든 진보든’이라는 말을 듣고 더 그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보수든 진보든 외면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번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더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을 듣고서 저는 다시 한번 언급할 가치를 느낍니다.


사병의 무덤에 헌화하고, 군 월급을 대폭 인상하며, 병영생활에 있어 여러 의미 있는 진전이 당신의 정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내가 대통령님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그 부분에 있어서는 꽤나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통령님의 정책기조를 강하게 지지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부족하다는 말도 덧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잊힌 이름들, 외면받는 이름들에 다시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이 시각에도 군대로 끌려가서 고통받는 관심병사들,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군대에서의 여러 가혹행위로 사망하거나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의문사 재조사나 국가유공자 인정으로는 부족합니다. 대통령님 당신도 사병 출신이었으니, 그런 요소가 없도록 군대에 대한 개혁을 확실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가장 강조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그 이름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해주십시오. 특정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룹으로 묶어서 간단히 언급해도 좋습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 우리 체제의 피해자면서 동시에 우리 체제를 바꿀 소중한 기회를 준 ‘애국자’라는 것을 대통령님 본인이 밝혀주시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라는 문구에 가슴이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무능해서, 사회에 맞지 않았다고 자책하며 군대를 떠나는 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이 우리 군대에 혁신이라는 기회를 준 점을 인지해 주십시오. 그들이 없었더라면, 그들의 고통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병영의 앞에 ‘선진’이라는 형식마저 붙일 수 없는 그런 환경이 되었을 겁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평범한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진 것처럼, 우리의 군대도 그렇습니다. 가장 평범하지만 군대에 조금 맞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 군대는 더 나은 방향으로 민주주의 군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그저 형식상이라도 좋습니다. 부디 나라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이 모두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 말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감정을 죽여가며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부류들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이 먼저인 나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도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9년 6월 6일 목요일


이상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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