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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Sep 22. 2020

계획의 쓸모 - 하루를 알차게 사는 법

육아에도 전략이 필요해

"오늘은 또 뭐하고 놀지?" 눈 뜨면 드는 생각이다. 에너자이저인 아이와 집에서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낼지 요즘 많은 엄마들에게 최대의 화두 거리다.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반영하여 각종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집콕 놀이 챌린지, 집콕 음식 챌린지 등 집에서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자는 취지에 시작된 여러 챌린지들이다. 나도 코로나가 터진 초기에 엄마표 놀이를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래서 우연찮게 엄마표 놀이를 네이버에 응모하였다가 우리의 놀이가 <오늘 아이랑 집에서 뭐하지?>란 책에 실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표 놀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사진을 더 예쁘게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취지는 아이와 즐겁게 놀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잠깐만! 이거 이렇게 포즈 취해봐." 어느새 아이에게 이것저것 주문하고 있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엄마표 놀이를 sns에 올리는 이들은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보이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이 싫어서 결국 엄마표 놀이도 시들시들 해졌다.




아이와의 하루를 채우는 것은 어떤 날은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떤 날은 참 어렵다. 7년 간 아이 셋을 큰 터울없이 낳았지만 하루를 채워나가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자주 하는 고민이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거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전에 엄마표 놀이로 sns에서 유명한 한 엄마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에게 어떻게 그렇게 아이와 꾸준히 놀이를 해주는지 그 비결을 물었다. 그녀는 시간을 정해서 아이와 단 10분이라도 노는 시간을 "만든다"고 했다. 그녀의 아이는 5시쯤 어린이집에서 하원 한다. 그러면 하원 후 이른 저녁을 먹고, 아이와 30분 간 엄마표 놀이를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집 앞 산책을 간단히 다녀온 후 잠자리에 든다. 그녀의 하루는 매일 이와 같았다. 규칙적인 일상을 만들어 놓는다면 습관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르면 아침 7시부터 시작되어 밤 10시면 끝나는 육아의 하루는 어떨까. 우리 집에도 루틴이 있다. 우리 집 막내는 아침 8시면 눈을 뜬다. 깨우지 않아도 알람 시계처럼 항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나는 아침에 꼭 <To to list>를 작성한다.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10대부터 계획표를 잘 사용했다. 이 습관은 엄마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나 보다. <To to list>에는 거창하게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매일 1-2개 정도의 큰 목표만을 세운다. 예를 들면 나에게 매일 중요한 과제는 잠깐이더라도 아이들과 "놀이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가장 위에 아이들과 함께 할 목표를 써놓고, 밑에는 부수적으로 내가 해야 할 집안일들을 적는다. 청소기 밀기, 빨래 개기, 가계부 쓰기 등등  잊지 말아야 할 업무를 적어 놓기도 한다. 집안일은 크게 욕심부리지 않아서 하루는 청소기를 돌리면 다음 날은 빨래, 이런 식으로 나눠서 한다.




처음에는 열정이 가득해서 <To to list>를 빼곡히 다 채웠다. 하루에 많은 걸 하려고 했으니 얼마나 부담감이 들었을까. 결국 얼마 못가 빼곡한 나의 일정표는 간소해졌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 좋은 방법은 "어렵지 않게,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수준을 최대한 낮춰서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나의 아침 컨디션에 따라서 일정표가 달라지기도 한다. 몸이 좀 안 좋은 날에는 모든 계획을 최소화한다. 해야 할 일이 빼곡히 적혀있는데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다면 실패감과 실망감만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애초에 많이 적어두기보다 적게 적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기록하면 더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시간제한 없이 "오늘 안에 언젠가 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으면 마음처럼 몸도 늘어져 못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오전, 오후로 쪼갠다면 목표를 달성하게 될 확률은 더 높아진다. 나는 주로 오전에는 아침밥을 먹고 난 후 집안일을 한다. 나에겐 아침 식사 직후가 에너지가 제일 넘치는 시간. 청소 또는 빨래는 이 시간에 하는 게 나에겐 최고의 효율이다. 그리고 점심 후에는 아이들과 놀이를 한다. 이 때는 늘어지기 쉬운 시간이기 때문에 누워서도 입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역할 놀이나 책 읽어주기가 딱이다. 3-4시쯤 잠든 막내의 낮잠 시간이 끝나면 저녁 시간이다. 저녁 시간에는 제일 바쁘다. 하루 종일 어지른 집을 정리하고, 씻어야 한다. 이제 잠자리 시간! 아이들이 골라온 책을 번갈아 읽어준 후 우린 꿈나라에 간다.




지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나의 하루를 설계하고 기록하는 것. 아침마다 마주한 하루를 감사히 받고, 어떻게 오늘의 시간을 채워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의 육아는 어땠는지 점검하고 뒤돌아본다. 매일 86,400원이라는 돈이 내 통장에 입금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큰돈은 아니지만 공돈이 생긴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실제로 우리에겐 하루에 86,400초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매일은 그저 주어진 하루가 아니기에, 아침마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잠깐이라도 고민해보자. 아이와 하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해보고 규칙적인 일상 속에 녹여본다면 그 날 하루의 육아 만족도는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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