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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Sep 23. 2020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더 보게 만드는 방법

책 육아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기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덕에 외출을 자주 하지 않으니 계절이 변하는 그 미묘한 느낌을 채 느끼기도 전에 계절이 바뀌었다. 밖에는 거의 못 나가서 아쉽지만 책 읽기 참 좋은 시기다. 하루 종일 집에서 놀고 놀다 지쳐서 할 것 없을 때 툭툭 앉아서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예쁘다. 나도 어려서 책을 참 좋아했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읽으려 해서 꽤나 혼났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동도서관 차량이 오면 가서 몇 시간씩 앉아서 읽다 오곤 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책에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아예 손을 놨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 외에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어본 일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나도 그런 4명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다시금 책을 보기 시작한 때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키우는지 몰라서 책에서 그 답을 찾고자 위함이었다. 처음 빌린 책은 태교에 관련된 책이었다. 어떻게 태교를 하고, 임신 10달 간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다룬 책이었다. 그 책을 시점으로 많이는 아니지만 나는 집 근처의 도서관에 종종 들려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을 빌려 읽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떠한 습관보다도 독서를 즐기는 습관을 주고 싶었다. 나는 어떠한 이유로 학창 시절에 책을 멀리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책 보지 말고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압박이 있었을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학창 시절에도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책을 인생의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었다. 돌이 되기 전에 아이를 위해 처음 들인 전집은 국민 전집으로 유명한 블루래빗 전집이었다. 아이는 장난감 같은 책을 가지고 잘 놀았다. 19평의 신혼집에 책장을 놀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2인용 식탁을 치우고 그 자리에 책장을 놓았다. 요리하고, 설거지하느라 부엌에 있을 때면 아이는 내 발 밑에서 책을 뽑아 보곤 했다.




우리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중앙 도서관과 산림욕장이 있었다. 가족 카드를 이용해서 한 번에 일인당 7권씩, 총 3명이니 21권씩 빌릴 수 있었다. 디럭스 유모차의 짐칸은 정말 유용했다. 도서관에서 책 읽고 놀다가 밥도 먹고, 산림욕장에서 자연을 즐기기도 했다. 큰 아이가 4살 때 이사를 가야 해서 정말 아쉬웠다. 새로 이사 간 곳에는 신도시라서 근처에 도서관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집에는 집안 곳곳에 책장들이 있다. 거실 한쪽 벽면에 쭉 5단 책장을 세워놓았고, 반대쪽에는 TV를 사이에 두고 4단 책장이 2개 있다. 방에도 3단 책장 하나, 내 책장 하나, 복도에 전시형 책장 하나. 집을 도서관 느낌으로 만들어 자연스레 아이가 책을 읽었으면 바람이다. 하버드 대학의 도서관 소장 권수는 1,985만 권으로 서울대 536만 권, 고려대 329만 권, 연세대 330만 권에 비해 월등히 많다. 좋은 대학일수록 이렇게 도서관 소장 권수에 차이가 난다. 좋은 다양한 책들이 많을수록 학생들의 수준 또한 높아진다. 이래서 책만큼은 미니멀을 실천하기가 힘들다.







아이들에게 책을 꾸준히 읽어주다 보니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사실 책 육아의 수혜자는 아이뿐 아니라 읽어주는 엄마도 된다. 짧은 그림책이라도 매일같이 아이에게 읽어주다 보니 아이뿐 아니라, 엄마인 나도 책 보는 게 익숙한 습관이 되었다. 책에 대한 좋은 감정들이 쌓이니 책 읽는 게 즐겁다. 자연스레 어느 순간부터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아이 책만이 아닌 내 책의 대출 비중도 생기게 되었다. 책 육아에서 부모가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에는 항상 책 1-2권이 놓여있다. 요리하면서 읽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을 때 들고 가서 읽는다. 아이들이 책을 즐겨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 육아를 시작했건만, 내가 그렇게 돼가고 있다.




"책 좀 읽어라."라고 말하는 것 대신 엄마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옆에 와 책을 읽는다. 이 모습 또한 한두 번 가지고는 안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엄마가 지속적으로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책을 친근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책 육아는 아이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엄마의 성장으로도 직결된다. "만일 어리다고 해서 가르치지 않다가 이미 어른이 되면 그 습관을 마음에서 버리지 못하므로 그른 것을 익히고 방심하게 되어 그에게 (선한 것을) 가르친다는 것이 매우 힘들게 된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은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지식보다도 이런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어린 시절의 습관은 무섭다. 아이에게 주고 싶은 좋은 습관을 먼저 그대로 살아내는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에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누구나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라면서 부모의 강요 혹은 잘못된 피드백, 공부, 학원 스케줄에 치여 책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아이들이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사를 유지하도록 돕는 게 엄마의 큰 역할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더 보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은 기상 시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1. 아이가 눈 뜨자마자 책 1권이라도 읽어준다.

아침에 책을 읽어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매우 큰 차이가 났다. 아이가 잠에서 깰 즈음 옆에 가서 동화책을 큰 소리로 읽고 있다 보면 번쩍 눈을 뜨고 옆에 와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렇게 아침을 책으로 시작하면 하루 중에도 틈틈이 아이 스스로 책을 꺼내 보곤 했다.



2. 오디오 동화를 적극 사용한다.

주로 멜론으로 음악을 듣는데, 동화 뮤지컬로는 "주니 토니", 스토리 형식의 이야기는 "동화 배달부 레몽"을 추천한다. 그리고 "하나언니가 읽어주는 신나는 동화나라"는 직접 창작한 동화를 들려준다. (이 업체들과는 관련 1도 없다.) 식사 시간 또는 아이들이 조용히 놀 때를 포착하여 눈치껏 이야기를 틀어준다. 이 방법은 하루 종일 내가 책을 읽어줄 수 없으니 나름의 대안법을 찾다 생각해 낸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아주 좋다. 아이들이 집중하여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와 관련된 책을 찾아 꺼내서 보는 선순환이 반복되었다.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책 좀 읽어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에 아이들이 책 좀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 눈치껏 치고 들어간다. 아이들 놀이의 흐름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한 권만 읽어주고 쏙 빠지면 아이들은 또! 또! 를 외치며 다른 책을 꺼내 온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심심할 시간이 많으니 책을 보다 많이 읽는다. 하지만 아이가 둘 이상이면 서로 놀기 바빠서 심심할 틈이 별로 없다. 그래서 다둥이 집에서 이런 부분은 부모가 좀 더 신경 써줘야 한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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