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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Oct 05. 2020

500권 엄마의 책 육아

엄마의 책 읽기를 통해 얻은 것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나의 책 육아는 시작되었다.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은 초짜 엄마는 퇴근 후 피곤하더라도 뱃속의 아이에게 동화를 한 편씩 읽어주었다. 나름 영어 동화 100편짜리 책을 한 권 사서 엄마의 목소리로 말이다. (사실 읽어준 게 손에 꼽힐 정도) 아이가 세상에 나온 후 작은 토이북들을 옆에 두고 책을 항상 가까이해주었다. 한동안 블로그에 우리 아이의 책탑을 인증샷 찍어서 올리기도 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책 육아는 아이의 책을 열심히 읽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엄마 자신이 빠진 책 육아.




시작은 아이의 책 육아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엄마와 아이의 동반 성장인 책 육아를 지향한다. 아이가 읽은 만큼, 엄마도 읽어서 함께 자라는 육아 말이다. 올해부터 코로나로 인해 집콕 시간이 더욱 길어지면서 뜻밖에 책 읽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매일 아이를 따라 놀이터 순례를 하다 보면 몸이 고단했는데, 체력 소모가 그만큼 줄어드니 고단함이 줄었다. 독서의 계절 가을뿐 아니라, 집콕 육아 또한 책 읽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아이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첫째는 조금 컸다고 내가 읽는 책에도 관심을 보인다. 훗날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날도 오겠지? 그 날을 상상해보니 사뭇 기쁘다.




처음부터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반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표지라도 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빌렸다. 독서습관이 자리 잡히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걸 추천한다. 직접 사는 건 반납 기한이 없으니 한껏 게을러져서 읽기 쉽지 않다. 하지만 도서관은 대출 연장까지 한다면 3주 정도 책을 빌릴 수 있다. 반납 기한에 맞춰서 읽는 습관을 들이면 한 달에 1-2권 정도는 읽을 수 있다.




처음엔 이렇게 무리 없이 한 달에 1-2권을 목표로 읽었다. 그마저도 못 읽는 달도 많았다. 대신 소나기밥을 먹듯 책도 소나기처럼 읽는 시기, 안 읽는 시기가 나뉘었다. 이 또한 책과 친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불규칙적이더라도 읽는 끈을 놓지 않는다면 규칙적으로 변해간다. 점점 더 책을 가까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었을 때는 하루 이틀에 걸쳐 책 한 권씩 읽었다. 물론 누구에게는 적은 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정보육을 하면서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의식적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 새벽 시간에 읽고 하루 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만지게 되는 핸드폰 대신 책을 들고 틈틈이 한두 장이라도 읽어 간다.








종종 처음인데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 묻는 분도 있다. 사실 책을 선택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라 자신의 관심분야를 따라가는 것이 최고다. 만화책이라도 좋으니 가장 관심 있고 궁금한 분야의 책을 선택한다. 주로 엄마들은 아이 교육, 살림, 요리 등에 관심이 있을 테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해당 코너에서 끌리는 책을 선택하면 된다. 책도 고르다 보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가장 먼저 제목을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낸다. 목차는 꼼꼼히 보는 편이다. 목차는 집의 설계도와 같아서 책 한 권의 짜임새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 내용이 전개될지, 내가 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여유 있다면 본문을 훑어 본다.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잘 풀어내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는 것이다.





7년 간 아이를 키우면서 총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500권 넘게 읽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 생긴 변화는 정말 크다. 가장 먼저 내면의 변화다. 독서를 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웠다. 상황은 변화시킬 수 없지만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나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은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만든다. 독서를 통해 머리로 알던 것들이 가슴으로 내려오는 중이다. 계속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통해 육아도 한결 수월해졌다. 부정적인 감정은 죄악시하던 내가 책을 통해 그저 이것 또한 감정 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의 상처를 마주하고 다독이는 연습을 통해 나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 나를 외면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살뜰하게 타인보다 나를 더 챙겨주고 싶다.




위에서 말한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장이라면 표면적인 변화들도 있다. 책을 읽고 싶어서 시작한 새벽 기상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육아툰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림은 어려서부터 좋아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김유라 작가의 책을 읽고 도전 의식이 생겼다. "뭐든 그지같이 시작해라."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그저 그리다 보면 점차 실력도 좋아지고 하는데 뭐가 겁나서 20년 가까이 손을 떼고 살았을까 싶다.




이러한 변화들은 '독서'가 없었다면 애초 얻지 못했을 것들이다. 독서는 고루한 틀에 갇혀있던 나에게 '무한계'라는 단어를 던져 놓았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책에는 작가의 경험과 통찰력이 녹아있다. 여러 훌륭한 사람들의 통찰력과 사고방식을 지속적으로 읽다 보면 나의 뻣뻣한 사고방식도 점차 변화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단 돈 15,000원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자 변화의 시작이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자라야 한다. 책 읽기 참 좋은 청량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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