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쓰고 그리는 사람이고 싶다.

by 함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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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들의 플랫폼인 브런치에 합격하고 난 후, "작가"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너무나도 낯간지러웠다. 나에게 작가란 책을 쓴 전문 작가에 해당하는 타이틀이었다. 이랜드의 협력 에디터 제안이 들어왔을 때, 나를 꼬박꼬박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데 괜스레 민망했다. 협력 에디터로서 엄마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때, 나를 무어라고 소개해야 할까? 그냥 엄마 사람? 에디터? 작가? 한동안 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부족한 글솜씨를 가지고 작가라고 말하고 다녀도 되는 건가?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낸 것도 아닌데, 나는 과연 작가인가?



인스타를 하면서 이런 나의 고민은 자연스레 해소되었다. 다양한 그림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웹툰을 그리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도 서로에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손에 만져지는 결과물 없이도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작가였다. 너무나도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 시점부터 나도 나를 작가라고 인정해주기로 했다. 잘 쓰고, 그리진 못 하지만 매일 엉덩이 힘으로 글과 그림을 쓰는 사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30년째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4-5시간씩, 원고지 20매를 쓴다고 한다. 진정한 작가란 매일같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어 일상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자기 삶의 작가이다. 오늘도 우리 아이의 하루를 눈에 담고 마음에 남기는 것, 아이가 무얼 하면 좋아할지 고민하며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보는 것, (8년 차지만 여전히 잘하지 못하는) 요리를 하루 3번 매일같이 꾸준히 만들어 보는 것. 우리 아이들의 욕구(독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 자체로도 우린 작가의 자질이 충분하다. 매일 새하얀 원고지에 오늘도 가족과 함께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 우리 모두가 작가라는 사실을 나와 당신이 잊지 않았으면. 오래도록 쓰고 그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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