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종종 자기 전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곤 한다. 원래 둘째는 아빠 껌딱지였다. 아기 때부터 내가 첫째를 재우는 동안, 아빠의 무릎에서 잠이 들곤 했으니까 말이다. 둘째 말고도 첫째와 막내까지 아빠 옆으로 가는 날에는 아빠가 복 터진 날이다. 세 딸들에게 얼굴과 팔, 다리가 뭉개져서 신음 소리를 내는 그와 텅 비어있는 내 옆자리를 교차하며 바라보니 씁쓸한 마음도 들지만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받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는 특히 첫째 아이의 모유수유를 오래 했다. 18개월까지 수유를 했는데, 아기는 습관처럼 젖을 물고 자곤 했다. 단유를 하면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재워보기로 했지만, 이미 아기는 엄마의 향을 맡으며 잠드는 게 익숙했던지 아빠를 거부했다. 낮잠을 재울 때도 나는 항상 아기 옆을 지켜야 했다. 하루는 친정에 맡기고 약속이 있어서 서울을 다녀왔는데, 울고 불고 난리가 나서 급하게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아이에게는 엄마인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적극적인 육아 협조를 요구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멀뚱멀뚱 민망하게 서 있는 보조자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 자신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슬며시 아이들을 아빠 손에 맡겨 보기를 시작했다. '나 없이 밥은 잘 챙겨 먹이려나?' 하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아빠와 잘 있어주었다. (비록 즐거운 뽀로로 TV 시청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에게도 기회가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오히려 그에게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엄마로서 성장한 시간만큼 아빠 또한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이 하는 건 마음에 안 든다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영영 남편은 육아의 보조자로 서 있을 것이다. 다소 서툴더라도 너그러이 기다려줄 줄 아는 아내로, 남편의 육아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