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황금박쥐상

끝나지 않는 가치평가

by 함물AVI

가을 오후 커피 한잔, 담소

점심을 먹고 나서 동료들과 함께 옆 건물 카페로 향했다.

우리 회사 안에도 카페가 있지만, 커피 맛을 아는 MZ 친구들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밖으로 나간다. 푸른 하늘의 흰구름과 선선한 바람이 가을 커피의 맛을 한껏 돋워주는 완벽한 날씨였다.


둘러앉아 커피를 홀짝이다가 최 팀장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에콰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 투자한다고 했을 때, 온갖 비난을 받았잖아. 그런데 지금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난했던 나라가 돈벌이를 잘했다고 칭송받고 있대."


그러자 김 주무관님이 말을 이었다.

"그 얘기 들으니까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상이 생각나네요. 함평군에서 그거 처음 만들었을 때 엄청 욕먹었는데 지금 금값이 열 배는 뛰어서 부자 됐다잖아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황금박쥐. 1999년 2월, 대동면 고산봉 일대 폐금광에서 발견된 이 작은 생명체는 함평군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함평군은 2008년, 관광 상품화를 위해 30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했다. 황금박쥐 5마리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든 것이다.

순금 162kg, 은 281kg, 가로 1.5m, 높이 2.1m.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세금 낭비다.”, "애물단지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금값과 은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 조형물의 몸값은 어느새 수백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한때 "쓸데없는 짓"이라며 손가락질받던 황금박쥐상은 이제 "선견지명이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함평의 자부심이 되었다.

사람들은 다시 찾아와 황금빛 날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눈다. 조형물은 변한 게 없는데, 변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과 세상의 가치였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말했다.

"비트코인이든 황금박쥐상이든 팔아야 돈이 되는 거지. 그대로 있다면 국가나 도시에 무슨 부를 가져다주겠어? 팔지 않는 바에는 아무 소용없지."

그러자 이 주무관님이 내 말을 받았다.
"돈 떨어지면 박쥐 날개 한 짝 떼서 팔면 되지요."

이번에는 김 주무관님이 웃으며 말했다.
"또 돈 떨어지면 나머지 한 짝 떼서 팔고. 그러면 황금박쥐는 황금쥐가 되겠군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비트코인 가격은 내려갔다가 다시 많이 올랐다. 엘살바도르는 현재 "흑자" 상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 대부분의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팔아야 진짜 이익이 확정되는 거니까, 현재는 "장부상 이득"일 뿐이다.

황금박쥐상도 마찬가지다.

황금박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구상의 금 매장량이 바닥나 금값은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들 말한다. 그러나 아주 먼 미래, 우주개발이 활발해져 금성과 화성까지 자유롭게 왕래하게 된다면, 금은 그저 흔한 돌덩이에 불과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황금박쥐상은, 그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이미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완성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물이 되었다. 이제는 굳이 날개를 잘라 팔지 않아도, 함평군에 황금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욕을 먹는 선택이 내일은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고, 지금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훗날엔 빛나는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가을 오후,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