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승리하는 법
나는 비염이 심하다.
코 안쪽은 물론 콧등까지 간질거려서 자꾸 손이 가곤 한다. 손으로 코를 만지는 게 보기 좋지 않을 것 같아, 습관처럼 코를 길게 늘이며 간지러움을 달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모습이 뜻밖의 해프닝을 만들었다.
몇 달 전 친구 다섯 명과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친구 하나가 몰래 내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린 것이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원숭이 같았다. 코를 길게 늘인 모습을 상상해 보라. 아니, 상상하지 마시라ㅠ.ㅠ
친구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활짝 웃는 친구도 있었고, 광대를 손으로 꾹 누르며 웃음을 참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 나는 기분이 묘했다.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몰래 찍어서 단톡방에 올린 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한테만 조용히 보여줬다면, 그건 정말 좋은 친구의 배려였을 것이다.
“그만 좀 해”라며 잠깐 지나가는 웃음거리로 삼았다면 그것도 이해했을 거다.
그런데 몰래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린 것은 조롱처럼 느껴졌다.
나는 사진을 전부 삭제하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다시 그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웃었다.
다른 친구는 옆에서 “그때 삭제했는데, 나한테 다시 보내줘”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셋 중 하나다.
- 나를 조롱하고 싶거나
- 단순히 재미있어서
- 자기보다 못생긴 친구가 있다는 위로를 삼으려고.
그러다 오늘 아침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들은 내 사진을 ‘소장’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만의 특별한 사진, 내가 앞으로 대단한 사람이 될 걸 아는 것일지도.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도, 친구들의 웃음도, 그리고 그 사진도 누군가에게는 조롱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추억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