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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Nov 28. 2018

황토

조정래 장편소설 1974년 발표. 2011년 5월 전면 개작. 해냄출판사

소설의 시기는 일제 치하 말기부터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며 미군정이 진행된 때로 험난한 질곡의 시대이다. 주인공 점례는 근현대사 격동기의 혼란한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인물이다. 소작농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본인 과수원에 드나들며 일하던 중 과수원 주인이 점례의 어머니를 겁탈하려고 시도하다 점례의 아버지에게 발각되고, 화가 치민 점례의 아버지가 일본인 과수원 주인을 폭행하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지서에 붙들려가 모진 고초를 겪는다. 그 와중에 일본인 순사 야마다의 눈에 띈 점례는 부모님의 석방을 조건으로 야마다의 첩실로 들어가게 된다. 야마다로부터 아들 세연을 낳고 해방이 되자 야마다는 점례 모자를 놔두고 급하게 야반도주한다. 


일본인 첩실로 아들까지 딸린 과부가 된 점례. 혼인 사실을 감추고, 큰 이모의 주선으로 박항구를 만나 혼인한다. 박항구는 독립운동가인 부모가 일본인에게 살해당하고 시신도 거두지 못한 채 고아로 남겨졌는데, 그의 부모를 도왔던 점례의 이모부가 그를 거두어 점례와 혼인시킨다. 해방된 나라에서 박항구는 친일파 척결에 앞장선다. 점례는 박항구와의 사이에서 딸 둘을 낳았다. 


박항구는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6.25 전쟁 중에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주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처형하는 일에 가담한다. 이때 점례의 이모부의 재산도 몰수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인민군을 따라 떠나가 버리고 점례는 다시 자식들과 남겨진다.


미군정 아래에서 점례는 공산주의자의 아내로 산 이력 때문에 취조를 받게 되는데, 그 와중에 둘째 딸아이가 죽고 미군 장교인 프랜더스의 첩(양공주)이 된다. 프랜더스에게서 아들 동익을 낳았다. 전쟁이 끝나고 프랜더스는 홀연히 점례를 버리고 본국으로 떠나버린다. 


일본인 야마다로부터 낳은 큰아들 세연, 공산주의자 박항구로부터 낳은 둘째 딸 태순, 미군 프랜더스로부터 낳은 아들 동익. 점례는 세 아이를 데리고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간다. 세간의 손가락질과 멸시를 견뎌가며... 점례의 삶은 질곡의 시대를 거친 나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점례의 기구한 운명 속에 대한민국 근대사를 투영시킨 조정래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점례는 왜 그러한 아픔을 겪어야 했는가?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나라를 빼앗긴 백성이 겪어야만 했던 모진 민족사의 비극을 점례의 삶을 통해 작가는 피울음으로 그려낸다. 그 질곡의 역사현장에 오늘 우리가 살고 있다. 점례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질곡의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아픔을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강한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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