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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05. 2017

그리움

   고층 아파트 위로 파아란 하늘이 눈부시다. 밤낮없이 바쁘게 달음질치는 차들의 소음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도 숨 가쁘게 달음박질하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쉴 새 없이 모이를 찾아다니던 닭들이 기대앉아 조을던 볏짚도 이젠 없다.    


   개똥벌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밤 풀벌레 우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리던 그 풀숲을 반짝거리며 휘돌던 그들의 춤사위를 새삼스레 다시 보고 싶어 진 까닭은 무엇일까! 여름밤이면 뿌연 하늘에도 촘촘히 빛나던 별들의 군무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젠 깊은 산중을 찾아야만 간간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여름날 해거름이면 어김없이 초가지붕 아래서 기어 나와 어둑한 저녁 하늘을 온통 뒤덮으며 끽끽거리던 박쥐들 소리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삭막해진 문명의 숲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파괴되고 사라져 버린 예전의 정취만큼이나 사람들 마음으로부터 사라져 버린 것들이 다시 보고 싶다. 생면부지 일면식도 없지만 지나는 길손이 문을 두드리면 정다이 문을 열어주고 정성 담긴 소반을 대접하여 하룻밤 유숙을 제공하던 그 따스한 손길들을 다시 보고 싶다. 김치를 담그는 날엔 도구통 주변에 보리밥 한 그릇씩 들고 와 함께 나누며 떠들던 그 정겹던 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모내기하는 날이면 온 동리가 다 모여 논두렁에 질펀하게 앉아 분주하게 새참을 먹으며 떠들던 소리도 듣고 싶다. 땀 냄새 진득진득 묻어나는 그 여름날 밤이면 모기 쫓느라 피워대던 매캐한 모닥불 연기 옆에 배 깔고 누워 헤진 부채 들고 펄럭거리며 더위를 식히던 날도 이젠 정겨운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골목길에 떠들던 아이들은 날이 저물도록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헐거운 옷을 입고도 그저 즐겁기만 했고 저녁 먹으라 부르는 어머니 소리가 정겹기만 했다. 저녁이면 초가집 굴뚝에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동네 강아지들 짖는 소리가 아득히 메아리 되어 울려 퍼지던 동구 밖 하늘 높이 떠다니던 구름들.


   아아 언제 이런 것들이 멀어졌을까! 가고 온다는 인사도 없이 멀어져 버린 소리들. 가슴속에만 오롯이 살아 있는 이 정겨운 그림들이 오늘따라 유독 그리운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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