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에 뛰어넘을까나
한숨에 모다 삼킬까나
행여 들킬세라 가슴 졸이며
내닫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새 세월이 머리 위에 하얗게 앉았다.
그새 뭐하다 왔느냐 질책하시는 소리가
긴 그림자 꼬리에 얹혔다.
그림자 되말아 올리려 바둥거림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연신 고개 수그리며
그림자 드리운 해님만 탓하고 있다.
해거름의 내 걸음은 갈지자
괜스레 내뱉는 빈 토악질에
조을던 새 한 마리 놀라 푸드득거리고
그 사이로 남은 햇살이 눈부시다.
뜨악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마냥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