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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Aug 20. 2021

해거름의 탄식

긴 그림자 너머로 보이는 것



한걸음에 뛰어넘을까나  

한숨에 모다 삼킬까나

행여 들킬세라 가슴 졸이며  

내닫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새 세월이 머리 위에 하얗게 앉았다.

그새 뭐하다 왔느냐 질책하시는 소리가  

긴 그림자 꼬리에 얹혔다.


그림자 되말아 올리려 바둥거림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연신 고개 수그리며  

그림자 드리운 해님만 탓하고 있다.


해거름의 내 걸음은 갈지자

괜스레 내뱉는 빈 토악질에  

조을던 새 한 마리 놀라 푸드득거리고

그 사이로 남은 햇살이 눈부시다.


뜨악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마냥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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