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용현 May 07. 2017

이 여자 이숙의

이숙의 지음

   책을 소개받고 첫 장을 펼치면서 그저 참 교육을 위해 헌신한 한 사람의 훌륭한 발자취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뭔지 모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가슴이 먹먹해진 기분으로 한동안 깊은 상념에 잠겼다.    


   분단의 민족사에서 조국을 사랑했던 두 연인과 그들을 중심에 두고 수없는 갈등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이다. 교육자로서 일생을 그 교육이념에 따라 헌신하며 살아온 한 여인의 가슴속에 갈무리된 애절한 사랑은 민족의 분단 역사와 두 이데올로기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좌초된 난파선처럼 가슴을 저미는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데올로기는 무엇이며,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지, 분단조국의 아픔이 고스란히 한 가족사에 스며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좌우익을 아우른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이 국가재건을 위해 힘을 쏟던 시절, 좌익 혁명운동가인 박종근과 연인이 되고 어렵게 결혼하여 짧은 신혼을 뒤로하고 생이별, 그리고 빨치산 활동을 하다 죽어간 남편을 기다리며 일생을 교육자로 헌신하며 살아온 한 여인의 이야기는 보통의 자서전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 근대사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거울로 보인다.    


   사회의 냉담한 반응과 간섭이 없었다 할지라도 한 여인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삶이었을 텐데, 반공 이데올로기의 극렬한 삶의 현장이었던 이 사회는 빨치산 혁명가의 아내를 그냥 놔둘 수 없었다. 수차례의 투옥과 가족들의 냉대, 그리고 툭하면 불거지는 빨갱이라는 올가미는 두고두고 삶을 괴롭히는 멍에였다.    


   그렇게 힘든 삶을 견뎌낸 것이 남편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에 따른 기다림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을 저미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교육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준 교사의 사표로서도 내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아버지는 북에, 어머니는 남에 묻혔고, 가족들은 독일에 유랑민이 되어 남쪽도 북쪽도 아닌 조국을 그리워하며 조국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이숙의'라는 한 여인의 가족사라기보다는 우리 민족의 분단의 역사이다. 우리 민족에게 지워진 아픔을 어떻게 치료해 갈 것인지를 묻는 기록인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함께 상처를 치유하며 통일된 조국을 이루기를 염원하며 이 책을 쓰고 만들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다시 너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