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빗줄기 아래에 서서
타는 목마름으로 하늘을 향해
오도카니 선 장승의 친구처럼
휑한 눈가에 빗줄기 맞아가며
시린 가슴 멍울을 쓸어내린다.
빗줄기야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슴이야 타건 말건 상관없이
천연스레 그리 쏟아붓겠지만
아픔인 줄 모르고서 오는 비는
생채기 난 가슴팍을 괴롭힌다.
갈한 영혼 적셔볼까 기대하며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우러러
하릴없이 빗속을 헤매이는데
받쳐 든 우산에 빗방울 소리가
하늘의 소리로 영혼을 울린다.
비구름 지나간 질퍽한 땅 위에
새로운 생명이 고개를 내밀듯
세상을 보듬는 하늘의 은총이
시리고 아픈 가슴 보듬어주길
간절한 맘으로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