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이 살기 때문일까? 분주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실상 그리 분주하지도 않다.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글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시간을 내어 모두 다 꼼꼼히 읽기에는 마음의 여유도 없고 쉬이 피곤해진다. 고요함과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말은 쉬운데 참 어렵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글을 읽는데 얼른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차분한 마음이 되지를 않는다.
12월의 첫날 첫눈이 겨울을 신고하듯 온천지가 하얗게 변했다. 하룻밤 새에 설국이 되었다. 하얀 세상을 바라보며 내 마음도 그렇게 순백이 되어지기를 차분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오늘 밤은 바람도 많이 차가웁다. 그새 한해의 마지막 달인가! 마음은 다급해지는데 겉으론 별일 없다는 듯 태평하기만 하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오늘 같은 날에 부르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 온밤을 새며 집집마다 성탄송을 부르며 고사리 같은 손을 호호 불며 발목까지 눈에 빠지며 함께 돌았던 어린 주일학생들과의 지난 시절들이 눈에 선하다. 그때 그 아이들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사랑방 아랫목에 앉아 함께 군고구마 나눠 먹던 투박한 할머니 집사님들 손이 보고 싶은 밤이다. 지금도 도란거리는 소리, 티 없이 맑은 그 웃음소리들 귓가에 쟁갈거린다. 이런 것이 그리움일 게다. 사랑이며 사람 사는 맛일 게다. 오늘 밤은 유독 사람이 보고 싶다. 아마도 주님께서 이런 나를 보고 웃으실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