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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28. 2017

소망의 바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아무리 고집을 피우고 애써 벗어나려 해도

나는 여전히 크막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습니다.

가만히 흐르는 대로 순응함을 배우기까지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어지면서

만신창이가 되기까지 몸부림하다

긴 몸부림에 지쳐 축 늘어진 채로

크막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습니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쪽배는 거친 바다 헤치고 나아갑니다.

수평선 위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갑니다.

파도에 부서져 배는 낡고 깨어져갈지라도

지친 몸으로 노 저어 갈 여력마저 없어질 때까지

저 거친 바다 끝을 향해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품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바람이 되고

뱃전에 부서지는 포말이 되어

저 피안의 항구에로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기진한 몸으로 이젠 거친 파도와 풍랑이 무섭지도 않습니다.

가만히 숨죽인 채로 귀 기울입니다.

나를 감싸 안으신 당신의 크막한 손이 따숩기만 합니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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