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아무리 고집을 피우고 애써 벗어나려 해도
나는 여전히 크막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습니다.
가만히 흐르는 대로 순응함을 배우기까지
이리저리 부딪치고 깨어지면서
만신창이가 되기까지 몸부림하다
긴 몸부림에 지쳐 축 늘어진 채로
크막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습니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쪽배는 거친 바다 헤치고 나아갑니다.
수평선 위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갑니다.
파도에 부서져 배는 낡고 깨어져갈지라도
지친 몸으로 노 저어 갈 여력마저 없어질 때까지
저 거친 바다 끝을 향해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품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바람이 되고
뱃전에 부서지는 포말이 되어
저 피안의 항구에로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기진한 몸으로 이젠 거친 파도와 풍랑이 무섭지도 않습니다.
가만히 숨죽인 채로 귀 기울입니다.
나를 감싸 안으신 당신의 크막한 손이 따숩기만 합니다.
나는 쪽배
당신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