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용현 Apr 04. 2018

특별행사

  어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드렸다. 일 갑자의 나이가 되도록 어머니의 손톱과 발톱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살았다. 너무 생경한 일인지라 어색하기까지 하다.  일생 한 번도 매니큐어를 발라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손톱이 시퍼런 두 눈을 부릅뜨고 나무라듯 쳐다본다. 평생 화장을 진하게 해본 적 없는 어머니의 얼굴은 언제나 민낯이다. 나는 어머니가 장신구를 두른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누가 선물로 반지나 목걸이를 해줘도 잠시 걸치고는 그냥 장롱에 넣어 두신다. 선물로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잠시 걸치는 정도인 것이다. 여심은 다 같을 터인데 어머니라고 왜 치장을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투박한 손가락 마디마디에 어머니의 삶이 담겼다.


 "누가 손톱을 깎아주나요?"
 "그냥 내가 깎아!"


  어두운 눈에 떨리는 손으로 손톱 깎느라 애쓰셨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뚤비뚤 모양새 없이 깎여 있는 손톱을 보기 좋게 잘 깎아드리며
"우리 어릴 적엔 어머니가 우리 손톱 다 깎아주셨지요."라고 했더니
"세상 어머니는 다 그래!"
그냥 웃으시며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그 말씀이 왜 그렇게 내 가슴을 흔드는지. 발톱을 깎으며 보니 중지 발가락 모양새가 내 발톱과 똑같다. 세상에 내 발톱이 어머니 발톱을 닮은 것을 이제야 알다니. 큰아이 어릴 적에 그 발가락이 왜 그리 못 생겼냐며 놀렸던 내 발가락 닮은 아들 생각을 한다. 어머니는 일상으로 우리 자식들의 손발톱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늘 그렇게 깎으셨으리라.


  우리 하나님께 나는 늘 특별행사로 그것도 가끔, 예배한다. 봉사한다. 봉헌한다. 그 특별행사로 드리는 섬김으로 가슴 뿌듯해한다. 아! 나는 오늘 특별행사처럼 어머니의 손발톱을 깎으며 너무도 부끄럽다. 일상으로 언제나 그렇게 자식들을 돌보셨던 어머니의 그 사랑의 수고에 비하면 조족지혈 이건만, 나는 잠시나마 나의 그 특별행사 한 번에 얼마나 좋아라 했는가! 하나님을 향한 내 섬김의 모양새가 들여다 보이기로 나는 오늘 너무도 부끄러운 마음으로 주님 앞에 엎드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햇살 좋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