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어 6월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를 경험하면서 극도로 많이 내린 비로 아쉬운 생명을 앗아가는 일도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태풍과 슈퍼 토네이도, 가뭄과 홍수가 같이 자연재난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추운 한파로 고생하며 많은 이웃을 잃었더라면 현재는 극심한 폭염으로 많은 인류들이 사망하는 아쉬운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기인 현실에서 우리나라 지역사회에서도 문제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응급실로 내원한 온열질환으로 사망자 중에서 70%는 70대 이상 노인이었다. 폭염 때마다 뉴스에서 밭일을 하다가 열사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기사로 뜨는데 지역사회로 조금만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했다. 말 그래도 뉴스에 뜨는 것은 정말 소수이라고 할 정도로 뜨거운 태양과 하루하루를 싸워가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분들은 훨씬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집합금지라는 사회관계망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혼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것마저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 우연히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의 직접 발견이 더 많았다.
방문의료에서도 이러한 위기는 고스란히 문제로 이어졌다. 방문의료 대상자는 고령이신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어르신 특징이 에어컨과 같이 냉방기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가지고 계시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기피하고 손부채 정도로만 여름을 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전기료라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많지 않으시고 눕거나 앉아 계시는데 에어컨 바람은 뼈가 시릴정도로 차갑다고 표현하셨다. 그래서 조금 덥지만 손부채로 작은 바람만 쐬는 것이 에어컨으로 감기에 걸리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하셨다.
방문의료진도 여름이 되면 너무 힘이 든다. 하루에도 몇 집을 돌아다니면 뜨거운 햇빛과 반사된 열로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짐을 들고 가기 일쑤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냉방장치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잠시만 켜달라고 요청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나마 선풍기를 잠시 틀어도 되냐고 물으면 전기세를 아끼려 하시는 어르신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1인가구 고령일 경우 악취와 병해충을 마주해야 할 때는 정신적으로 고될 때가 참 많다. 그래서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손길이 뻗을 수 있는 곳곳에 전화를 돌리는 일이 더 많아진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손부채로 허약하거나 허약 전 단계를 잘 유지하시면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할 때가 많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로 건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방문의료진도 잔뜩 긴장하게 된다. 평소 식사하시던 양이 확 줄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시며 걸어 다니시던 분이 갑자기 주저앉거나 다리를 후들후들 거리기 시작한다면 건강신호에 SOS라고 여기면 되었다. 마치 도미노 같은 현상과 같았다. 잘 못 드시면 활동이 줄고 활동이 근력을 약하게 만들어 다리가 후들후들거리다 넘어지게 되는 건강문제는 너무나도 많았다. 다르게는 넘어져서 활동이 줄게 되고 입맛이 없으니 식사를 못하게 되는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악조건 하나라도 발견하게 되면 방문의료진은 더 적극적으로 살피게 되었다.
방문의료 대상자들도 무더운 여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고령층 전체가 건강이 조금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었다. 공통적으로는 여름만 되면 어르신들이 입맛이 없다고 표현을 많이 하셨다. 아무래도 땀을 많이 흘리고 장시간 온기가 전달되면 활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면서 식사량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그래서인지 여름철에는 몸무게가 줄어들고 가족들이 그렇게 밥맛을 나게 하는 약을 찾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열로 인해 피로감만 느끼고 회복을 한다면 힘을 되찾고는 하셨다.
하지만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게 된 분이 한분 계셨다. 독거 80세 여성 어르신이었는데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건강이슈를 없으신지 불편함 점은 없으신지 전화를 했었다. 그러다 8월 어느 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으시고 딴소리를 시작하셔서 비정기적인 방문을 하게 되었다. 막상 가서 보니 식사를 거의 안 하셨는지 밥상에 식사를 하다가 중단한 흔적이 있었고 침요에 누워 전혀 일어나지 못하고 계셨다. 보통 방문했을 때에는 걸어 나와 맞이도 해주시고 하셨지만 그날만큼은 맥을 추지 못하셨었다. 간단히 혈압측정하고 건강상태를 살피는데 몸무게가 급격하게 빠지시고 앙상한 뼈만 만져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문의사에게 보고하고 처방을 받아 혈액검사와 영양수액을 처치했다.
혈액검사 결과는 암담했다. 전해질 수치도 너무 낮고 체내 단백질과 혈색소가 너무 낮아서 그야말로 위기가 아닐 수가 없었다. 간수치가 치솟았고 신장수치도 좋지 않아서 탈수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식사하는 양은 평소보다 1/4 공기로 줄었고 마실 수 있는 물도 혼자서 움직이기 힘드시니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하셨다. 그리고 영양음료 한 캔으로 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전화 한 통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곧바로 발굴해 낼 수 있는 방문의료의 힘이었다.
이것을 기후 노쇠위기라고 명명했다. 기후로 인해 허약단계에서 허약위기로 이러지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위기가 찾아오고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의료적 중재를 받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골든타임을 지나친다면 곧 기후도 조용한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러한 기후위기에서 1인 가구는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정말 취약하다. 방문의료와 더 넓은 사회복지 영역에서 이 기후 노쇠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과 협력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