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가방은 늘 힘이 든다
처음 방문의료라는 것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바로 방문가방이었다. 병원이 아니고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의료이다 보니 의료기구나 소모품들이 한정적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준비했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만날 때 아쉽기도 다음에 더 챙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방문가방은 어느덧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기는 만능 가방이 되곤 한다. 처음에는 간단히 진료용 물품들을 챙기다가 조그마한 처치할 것들이 생기면 하나 두 개 추가가 된다. 소변줄 교체나 욕창 드레싱 등등 재료가 많이 필요하거나 멸균물품을 다룰 때에는 가방이 두 개가 되기도 세 개가 되기도 한다.
앰뷸런스가 한대가 있었으면
방문의료를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대상자에 맞게 재료를 준비한다. 간단한 진료나 서류 발급의 목적이라면 준비할 것들이 제법 간단해지지만 초진이거나 욕창관리와 같이 침습적 처치가 필요하면 가방은 두 개, 세 개가 되어 버린다. 방문의료를 출발할 때 방문차량에 가방을 싣는 일이 제일 큰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든 생각은 방문용 차량도 구급차처럼 많은 물품을 비치하고 또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했었다. 방문하는 사람은 아쉬움 없이 의료를 제공할 수 있어 좋고 의료가 필요한 대상자 입장에서는 더 품질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소모품은 적어도 세 개 정도는 준비하자
주사기나 멸균거즈, 포비돈 스틱 등등 의료소모품을 보통 많이 가지고 다니게 된다. 특히 멸균용품들은 한번 오염이 되면 재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그래서 적어도 세 개 정도는 충분히 방문가방에 구비하였다. 사람인지라 한 두 번의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세 개를 가지고 방문을 갔을 때 불안하거나 예측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문해야 할 집이 많다면 배수만큼 준비해 가는 것이 다른 상황들이 발생해도 충분히 대비하기 좋았다.
리스트를 작성하자.
방문가방을 꾸리다 보면 가방에 있는 물품들이 무엇들이 있는지 헷갈리기 쉬웠다. 특히 연고류나 면봉과 같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은 가방에 있다는 것을 깜빡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에 도래하거나 장기간 가방에 방치되어 변질되는 일이 생기기 쉽다. 특히 연고는 파손되기도 쉽고 뚜껑이 열린 채 유효기간에 도래된 경험이 많아서 좀 더 세밀하게 관리하곤 하였다. 리스트를 작성하고 한 달에 한번 유효기간만 점검해도 꼭 필요한 물품을 알뜰하게 구비해서 방문을 다니기가 좋았다. 그리고 기본 물품을 설정해서 꼭 가지고 다녀야 할 물품을 채우고 불필요한 것들은 방문가방에서 제외해서 청결하게 관리하기가 쉬웠다.
나눠보자
진료용 가방, 처치용 가방, 멸균용품을 운반하는 가방 등등 상황에 맞는 가방을 준비해서 꾸리다 보면 상황에 맞는 가방만 들고 방문을 나가면 되었기에 물품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기본적으로 방수가 잘 되는 가방이어야 하고 멸균물품을 집까지 잘 운반하려면 이중포장을 하고 다른 가방보다 쉽게 찢어지지 않고 내구성이 좋은 가방이 좋았다. 주사제나 수액제제를 운반하는 가방도 깨지거나 파손된 지지 않을 수 있는 가방이 좋았고 덥거나 추울 때도 보온과 보냉을 유지시켜 줄 수 있어야 했었다. 이처럼 용도별로 가방을 나누고 용도에 맞는 가방을 선택하다 보면 물품을 유지와 보관하기 편리하고 방문의료를 나갈 때 가방만 들고나가면 되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열정이 가득한 것만큼의 가방의 무게
가방을 간소화하고 용도별로 나누고 하더라도 집에 계시는 대상자를 생각하면 하나하나 물품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굳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간단히 처치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많은 준비들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것저것이 필요한 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다른 것들도 구비해보기도 했었다. 관심이 많은 만큼 가방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만 같았다. 집에서도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만 있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