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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참 Nov 10. 2022

“갠쨔나!” : 쫄보의 모험

우주 23개월


우주가 아주 작았을 때부터 부르는 별명이 있다. 바로 ‘안전제일 김우주’! 그만큼 우주는 모든 것에 조심스러운 아이다. 처음 산책하기 시작했을 때 색깔이 다른 벽돌의 길은 딛길 주저할 정도였으니까. 안 좋게 말하면 쫄보이지만, 사실 키우며 크게 다친 적이 없다는 점은 키우는 엄빠로서는 큰 위안이다.




아이가 해본 적이 없다는 두려움에 좋아할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 그게 내가 안전 지향인 우주를 키우며 항상 신경 쓰는 점이다. 물론 우주가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권유를 하려고도 노력한다. 하기 싫은 우주의 마음도 존중해줘야 하니까.


“우주야, 우리 이것도 해볼까!”

(우주 절레절레)

“그래, 그럼 다음에 해보지 뭐.”

를 반복하다 보면,


(우주가 직접 하고 있다.)

“우주야, 너 이거 하네! 완전 멋지다! “

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주의 언어 중 나를  감격하게 하는 것이 있다.


“저쪽 가까?” 그리고 “갠쨔나!”


산책은 아이의 독립의 과정 중 하나라던데, 우주 모험의 시작 또한 산책이었다. 산책의 시작은 엄마가 의도한 루트, 엄마가 의도한 시간에 맞춰 돌아갔다. 그때는 딱히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우주는 보이지 않는 한계선을 넘지 않으며 참 순하게 산책을 했다.


그랬던 우주가 두 돌이 가까워지자 자신만의 모험을 하기 시작했다.


내 나름의 산책 계획대로 발걸음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 가까?”하는 것이다. 심지어 우주가 가본 적 없는 길이었다. 그날부터 우리의 산책에는 루틴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나름의) 내 계획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단 걸 알게 되었고, 나는 기꺼이 우주 모험의 쫄병이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전에는 새로운 물건을 만지는 것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였는데, 이젠 이것저것 만지고, 앉아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심히 살핀다. 어느 날은 큰 바위에 응차 응차 올라가더니, 내려올 때는 살짝 미끄러졌다. 내가 괜찮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우주가 먼저 “괜쨔나!”를 외쳤다. 울먹이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시크한 모습이 꽤나 대견스럽고 웃음이 났다.


자신 밖의 존재가 만들어놓은 규칙을 넘어서게 된 우주,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모험에서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우주를 응원한다.



#우주의언어 #육아일기 #23개월아기 #아기언어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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