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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참 Jul 06. 2023

“엄마 배는 똥 배!” : 너라는 선물

우주의 언어, 29개월

좌충우돌했던 27개월에서 29개월 사이, 우주는 여러 번 열이 났다. 그리고 조마조마하게 지켜냈던 나의 건강에도 결국 센 감기가 찾아왔다. 엄마는 아파도 챙겨야 할 아이가 있다. 무거운 몸으로 밥을 차리고 식탁 의자에 반쯤 누운 채로 앉았다. 힘없는 눈으로 우주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 작은 생명체가 내 숟가락으로 밥을 푸더니 “엄마 꺼 호해주께~”하며 밥알의 온기를 식혀줬다. 그러더니 식혀진 밥을 내 입 앞으로 가져왔다. 우주의 간호 아닌 간호는 밥을 다 먹고도 계속되었다. 내가 아픈 이유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니 우주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엄마 배는 똥 배! 엄마 배는 똥 배!”라고 노래를 부르며 내 배를 문지르기도 하고 “내가 밴드 붙여줄게!”하며 내 점들에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했다. 엄마는 아파도 챙겨야 할 아이가 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작은 아이에게 가장 따뜻한 챙김을 받기도 한다.


내 선택으로 세상에 던져진 아이에게 효도를 바라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지나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내 나름대로 노력할 거다. 그런데 이번에 아프고 우주가 하는 말들을 보니 죄다 나와 남편이 우주에게 했던 말인 거다.


















나의 엄마는 나누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다. 모름지기 주는 것에는 내가 받을 것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선물을 주는 행위 자체가 행복이기에 (받은 것은 꼭 기억하더라도) 준 것은 쉽게 잊어야 한다. 이게 내가 엄마에게 배운 선물의 철학이다.


사실 이 철학, 아이를 보는 시각에도 꼭 필요한 것 같다. 아이는 내게 이미 존재 자체로 선물이다. 나는 우주를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고, 밥도 삼시 세 끼-간식도 두 번 준비해야 한다. 산책을 오래 가기도 하고, 장난감이나 책을 갖고 놀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를 씻기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재워야 한다. 생활의 단편에서 벗어나면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은 질적으로 늘어난다. 조금 더 듣기 좋은 말투로 이야기해야 하고 감정은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어른이어야 한다. 육아에 대해서는 늘 공부해야 하고 느긋한 마음을 가지려고 해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은 내가 우주에게 매일 끊임없이 주는 선물이다. 그런데 아무리 힘든 노력이어도 우주에게 대가를 바라고 할 수는 없다. 우주는 내 선택으로 만들어진 아이니까.


그러니 나중에 드라마에서처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하게 될 것 같긴 한데.. 안 하기 위해 온 노력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하는 우주애미다.) 그런데 아플 때 해줬던 말을 똑같이 따라 하며 내 옆을 맴도는 우주를 보고 있자니, 이미 우주도 내게 매일 선물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우주는 존재 자체가 선물이기에, 나는 어찌 보면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엄마는 늘 주변 사람에게 콩 한쪽도 나누며 살았는데, 뒤돌아보니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았다고 했다. 오늘 우주 어록을 다시금 생각해 볼 때, 엄마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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