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우주 동화
우리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온갖 색의 꽃이 피는 꽃마을이 있어요. 꽃마을에는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살았어요. 그중 땅에 사는 두더지는 부지런한 친구였어요. 호기심이 많은 두더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어요.
그런 두더지를 보고 양귀비가 말했어요.
“두더지야,
꽃의 씨앗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많은 씨앗을 갖게 되면
넌 분명 우리 마을에서 제일 똑똑해질 거야.”
두더지는 양귀비의 말을 듣고 설렜어요. 두더지는 땅을 아주 잘 팠고, 씨앗을 찾는 일은 두더지에게 아주 쉬웠거든요. 두더지는 가방을 메고 씨앗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어요.
두더지가 발견한 노란 수선화 씨앗에는 샛노란 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들어있었어요. 파란 수레국화 씨앗에는 푸른 바다가 들려주는 물고기의 여행 이야기가 담겨있었어요. 흰 연꽃 씨앗에는 맛있는 흰 요리들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들어있었죠. 이렇게 두더지는 조금씩 세상의 씨앗들을 모으고 수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백개의 씨앗을 모았어.
난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
두더지가 뿌듯하게 말했어요.
꽃마을에는 나무에 매달려 사는 코알라도 있었어요. 코알라는 멍을 때리거나 잠을 자며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코알라도 양귀비에게 꽃의 씨앗에 대해 들었지만, 느릿느릿 씨앗을 찾으러 다녔기에 오직 다섯 개의 씨앗만 손에 꼬옥 쥐었어요.
손에 쥐고 있는 다섯 개의 씨앗을 보며 코알라는 생각했어요.
‘내가 다섯 개의 꽃 씨앗들을 집에 두고
그저 갖고 있으면 뭐하겠어.
차라리 우리 집 나무 앞에 심어서
좋은 향이나 나게 해야겠다.
그럼 나와 우리 집을 지나가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질 거야.’
코알라는 씨앗을 자기가 살고 있던 나무 앞에 심기로 했어요. 씨앗을 심고 꽃을 기다리는 일은 게으른 코알라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코알라는 씨앗이 잠자기 좋은 푹신한 흙을 찾기 위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무 앞을 이리저리 기어 다녔어요. 물론 아주 느리게요. 가장 친절한 흙을 찾은 코알라는 그곳에 씨앗을 심었어요. 지나가던 바람이 흙을 찾기 위해 열심히인 코알라를 보고 씨앗을 심은 자리에 “호~!”하고 작은 바람들을 불어주었어요.
코알라는 작은 씨앗들이 흙 속에서 외로울까봐, 씨앗을 심은 자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어요.
“작고 멋진 씨앗들아,
너희가 집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너무 좋아.”
게으른 코알라였지만 사랑하는 씨앗들을 위해 꼭 하루에 한 번은 나무에서 내려와 흙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어요. 코알라의 따뜻한 마음을 해가 보았어요. 해는 씨앗을 심은 자리에 따뜻한 빛을 선물해줬어요.
코알라는 하루 종일 흙 속에 가만히 있는 씨앗들이 심심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녁이 되면 나무에서 또 내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도 들려줬어요. 아는 노래가 없어서 매번 미리 준비했죠. 무료했던 구름도 몰래 코알라의 신기한 노래들을 듣고 웃음 지었어요. 구름은 코알라와 씨앗들을 위해 빗방울을 내렸어요.
친구들의 선물 덕분인지, 코알라가 사는 나무 주위에는 정말 다섯 송이의 꽃이 피었어요. 나무 주변을 지나가는 동물들은 코알라가 심은 꽃의 향을 맡고 슬픈 기억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아름다움을 보고 이내 행복해졌어요.
두더지도 코알라 집 앞의 만개한 꽃을 보게 되었어요. 두더지는 투덜댔어요.
“이 세상에서 씨앗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가장 똑똑한 동물은 나인데,
왜 땅은 나한테 꽃을 주지 않는 거야?”
두더지의 말을 듣고 양귀비가 속삭였어요.
“두더지야, 씨를 보관하는 것과
그 씨에 담긴 꽃을 피워 내는 건 다른 거야.”
두더지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다른 씨앗을 찾으러 땅으로 들어갔어요.
꽃마을 동물들이 무언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씨앗을 모은 것처럼,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곤 해. 두더지가 씨앗을 많이 모으려고 한 것처럼 더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건 정말 부지런하고 대단해. 그런데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새롭고 신기한 씨앗을 찾는데도 꽃을 피우려는 마음이 없다면 씨앗은 비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지. 씨앗을 가지고만 있다고 내가 변화될 수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하루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코알라처럼 꽃을 피우는 일은 지긋하고 오랜 마음이 필요해. 그 마음이 나를 변화시키거든. 코알라는 멍 때리고 게으른 친구였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달라지려고 노력했잖아?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무에서 내려와 씨앗들을 돌보기도 했고. 코알라처럼 스스로를 극복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꽃은 피고, 그 향은 우리 주위로 퍼지게 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