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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참 Oct 07. 2023

“아빠눈 씩씩하게 잘 구리지?” : 비교라는 숏컷

우주의 언어, 35개월


요즘 우주가 한층 고차원적이여 졌구나 느낄 때가 있다. 전에는 참 단순하기만 했는데 머리를 쓴다는 게 보인달까. 언젠가부터 그녀가 쓰는 말에도 의도가 숨어있다. 이를테면 권유를 하거나 부탁할 때 ‘비교’라는 스킬을 넣기 시작했다. 비교는 때로 지능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본능적이고 원초적이기도 하다. 삼십 대인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통제가 안되어 허우적댈 때 의식하지도 못한 채 비교라는 칼을 꺼내곤 한다. ‘다른 반 친구들은 오늘 열심히 했는데, ㅁㅁ반도 열심히 해야지요?‘라고 하거나 ’ㅇㅇ이처럼 해보자!‘라고 하는 등. 이 무의식적 협박을 하고 나면 나도 내 치졸함에 놀라곤 한다. 교양은 본성을 극복하기 위해 쌓아야 한다던데, 나는 아직도 더 훈련이 필요하구나 싶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나도 이리 쉽게 실수하는 이유는 비교가 눈앞의 상황을 개선하기 더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색칠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우주는 나와 남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캐릭터를 그려달라고 하는 일이 잦다. 나도 꽤나 열성적으로 그려주는 엄마이지만 지칠 때는 아빠에게 자연스럽게 미룬다. 처음에는 잘 못 그린다고 튕기던 남편도 어쩔 수 없는 딸 바보다. 타의적이라도 그림을 꾸준히 그리니 발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제는 나보다 더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 날은 우주가 남편에게 뽀로로 캐릭터인 로디를 그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결과물이 준수한 거다. 내가 놀라서 박수를 치니 우주가 자랑스럽다는 투로 말한다.


“봐봐 아빠눈 씩씩하게 로디 잘 구리지?

엄마는 에디 안 구리고~“



우주의 비교 섞인 칭찬은 물을 마실 때도 계속 됐다.


“엄마, 물 머시면 아빠처럼 키 커.

엄마 물 마셔야지~ 엄마도 커야지 아빠처럼. “


작은 아줌마의 말이 귀여워서 한 입 물을 마시면,

“오! 엄마 커졌네, 아빠처럼.” 한다.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칭찬에는 어느 정도 비교가 들어있다. 의도적이라면, 아마 비교라는 묘약이 섞인 칭찬이 주는 즉각적인 효과 때문일 것이다. 비교로 만들어진 경쟁심이 개인에게 상승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니까.  전혀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듣는 이가 혼자가 아닐 때 하는 칭찬은 결국 비교가 될 수 있다. 비교는 누군가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깎아내리는 숙명을 지녔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비교는 사람의 마음에 작은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심어주게 되는 것 같다. 우월감도 열등감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하는 나는 비교가 주는 상승 에너지가 시간이 오래 갈수록 열등감이라는 하강 에너지에 짓눌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수치 상으로는 상승해 보이지만 마음은 결국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쯤 되면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도 난제다.








어려울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생각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일 수 있으나 나는 우주가 자신이 나온 학교, 다니는 회사, 받는 월급의 양, 몸무게, 외모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자신이 진정 행복할 길을 알고 있는지, 주위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며 살고 있는지, 그럼에도 타인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힘들어도 훌훌 털어낼 단단함이 있는지, 어떤 표정으로 살고 있는지가 더 신경 쓰인다. 그러니 이왕이면 그런 부분을 칭찬해줘야겠구나 싶다.




며칠 전 우주는 내 마음과 비슷한 칭찬을 아빠에게 했다. 추석이 지나고 집을 비워두니 초파리 세상이 되어있었다. 우리 부부는 초파리 약도 뿌리고 전기 파리채도 휘두르며 박멸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우주가 그걸 보고 눈이 동그래져 말했다.


“엄마, 아빠는 초퍄리도 잡고 씩씩해!

아주 용감해! “


그래, 이런 칭찬을 더더 해줘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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