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by 함사람


수영을 배운 뒤로 접영만 실패하면 그만두기를 5년동안 반복했었다. 접영은 물만 잘 타면 된다던데 도대체 그 타이밍이 무엇인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실패한 채로 그만두기를 여러 번이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이번에는 꼭 하고야 만다는 기세로 자유수영 가서 연습하고, 수업 때도 허우적 대는 몸 붙잡고 부딪혀보니 이제야 물 타는 방법을 조금 알았다. 물살에 팔이 걸리지 않고 나아가는 순간을 맛보았다. 무엇이든 될 때까지 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실패하는 나를 마주하기가 두려워 조금만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걸 매번 잊는다.


그림도 똑같다. 요 근래 아무것도 하기 싫어 침대에 누워있어도 땅으로 꺼지는 것 같아 코 앞에 있는 일들을 외면하기 급급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80대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제주 할망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평생 그림을 그렸어도 언제 미쳐봤는지 기억은커녕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데 제주 할망들은 당신들을 그림에 미친 할망이라고 소개한다. 84세, 86세, 93세의 연세에도 뜨겁게 무언가를 향해 갈망할 수 있다니, 참 생경했다.


가끔 아니 꽤 자주 헛짓거리를 한다 생각한다. 어쩌면 평생 헛짓거리 일 수 있겠구나 한다. 그럼에도 계속하다 보면 물살을 탈 수 있겠지, 일렁이는 물살들이 걸리적거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에도 그 물살조차 타다 보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겠지. 그러다 보면 나도 뜨겁게, 막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실패하는 날 것의 나와 더 자주 마주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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