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한두 시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번에 사내 연수원을 통해 1박 2일로 속초 여행을 다녀왔었다.
이번에도 운이 좋게 25초 만에 선착순 예약이 당첨되어 내일(토요일) 1박 2일로 속초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금요일에 퇴근하면 집에 들러 짐을 챙겨서 저녁에 처갓집으로 가서 거기서 잠을 자고 새벽에 장인, 장모와 함께 출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늘(금요일)은 내가 문래도서관에서 수강하는 문학 수업 두 번째 날이다.
나의 원칙은 20회 차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며칠 전부터 그딴 거 뭐 하러 듣냐고 하며 이번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
나는 백번 양보해서 1시간만 수업에 참여하고 중간에 나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강사님께 사정이 있어 중간에 나가야 한다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수업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아내와 약속한 1시간이 됐는데 중간에 흐름을 끊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앉아 있는데 아내와 약속한 시간으로부터 30분이 지나자 왜 아직도 안 오냐며 아내의 카톡 테러가 시작됐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문학의 늪에서 벗어나 냉정해졌다.
급기야 강사님의 강의 중 잠시잠깐 찰나의 공백을 뚫고 핸드폰의 카톡 테러를 강사님께 보여주며 가봐야 한다고 했다.
미리 양해를 구해서 그냥 나가도 되는데 괜히 핸드폰을 보여줘서 강사님도 카톡 내용을 보고 당황하셨을 거다.
내 딴에는 미리 양해를 구했어도 미안해서 그런 건데 강사님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 보니 아내는 짐을 다 챙겨 놓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다며 빨리 샤워하고 나와서 바로 가자고 정말이지 몸의 물기도 딱지 않고 가는 심정으로 출발 운전대를 잡았다.
가면서도 아내의 잔소리는 기본이고 급기야 장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게 늦게 와서 언제 자고 새벽에 출발하냐고 당신은 안 가겠다는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내 귀를 강타했다.
통화가 끝나자 제2탄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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