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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쩌면 좋아 나의 오지랖

by 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우리 회사에는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고정적으로 폐지를 가지러 오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오신다.
월, 수, 금,
그러나 내가 이곳에 입사한 후에는 패턴을 바꾸었다. 할아버지가 일주일에 세 번 오시니까 어떤 날은 많은 양의 폐지를 가져가고 어떤 날은 폐지가 조금밖에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만 오시라고 했다.

화, 금
한때는 박스도 많이 나오고 파쇄한 종이도 많이 나와 일주일에 두 번 와도 폐지가 많이 쌓여 괜찮았지만 박스가 많이 나오는 시기가 지나자 일주일에 두 번 오시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또 오지랖 떠는 내 마음이 움직였다.
이번 주 화요일에 폐지를 수거해서 돌아가시는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요즘은 폐지 양이 적게 나와 이번 주 금요일은 안 오셔도 될 거 같아요. 다음 주 화요일이나 한 번 오세요."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내 마음은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내가 이렇게 하다 보니 할아버지도 일주일에 두 번도 안 나오시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은 폐지가 쌓이면 어쩔 수 없이 답답한 내가 전화를 해야만 했다.

"할아버지 폐지가 많이 쌓여서 내일은 한 번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내 딴엔 남을 배려해 준다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 나를 더 피곤하게 하는 것을 느꼈다.

남을 배려해 준다고 한 결정이 이제는 내가 신경 쓰고 내가 챙겨야 할 나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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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의 '국어교과서작품읽기 중1시'를 읽고 운명인 듯 글을 씁니다. 삶이, 자연이, 사물이, 일상이 글이 됩니다. 우연히 내게 온 당신께 길을 내기 위해 노크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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