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긴 하지만
사소한 의견차이로
며칠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서로의 마음결은
손 내밀다 멈칫하고
다가서다 뒷걸음질 치기를 수십 번
어린아이들처럼 장난감을 붙들고
서로 자기 것이라며
뺏기지 않으려는 완강한 힘에
그나마 있던 입맛까지 사그라진다
나만큼 총각김치를 좋아하지도 않던 아내가
장모님이 담가 주신 총각김치가 잘 익었는지
먹어 봐야겠다고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꺼내와 한가닥 집었는데
반으로 갈라져 있어야 할 총각김치가
무청이 있는 끝부분 쪽은 칼질을 덜한 상태로
무와 무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김치국물을 손에 묻히지 않고
반으로 갈라서 먹으려다 보니
한 짝뿐인 아내의 젓가락만으로는
쉽지 않은가 보다
아내의 젓가락이
선뜻 도와달라는 말도 못 하고
애꿎은 총각김치만 휘젓고 있을 때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내 젓가락이
아무 말없이 거들자
둘이서 공평하게 나누어 먹게 되었다
둘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총각김치에 밥만 먹었는데
그것으로 다 되었다
때로는 따뜻한 마음이 자존심보다 먼저
행동으로 드러나야 할 때가 있다
내일쯤이면 총각김치가
먹기 좋게 맛이 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