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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함

며칠 전에 아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했습니다.

그전에는 아들이 휴가 나와 복귀하면 부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기 전에는 걱정느라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애틋함에 혼자 울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들 먼 나라 이야기가 되 버렸습니다.

숨죽이며 기다려 온 이별의 시간들도 다 지나가긴 하더라고요.

멈춰있던 시계처럼 마음이 편치 못했던 시간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떠올리며 얼마나 보고 싶어 했던지,

어쩌면 이런 사치스러운 감정도 지금은 아들이 제대했기 때문에 유로운 감성에 젖어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자녀가 군복무 중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어떤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고 전함, 외로, 기다림 외에는 어떤 감정도 떠올리기 싫겠죠.

2024년 2월 들을 훈련소에 데려다주고 아내와 둘이서만 되돌아오던 시간을 잠시 돌려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허망했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티격태격 부대끼며 살아야 하겠죠,

그런 것 같아요 곁에 있으면 이것저것 안 좋은 것만 보이고 떨어져 지내면 애틋하고,

아내는 아들이 입대 후 소포로 보내온 옷 박스를, 그때의 애틋함을 잘 기억해 두려고 하는 것인지 아직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녀들의 군입대가 아니더라도 어느 가족에게나 이런저런 사유로 수많은 이별은 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이별도 많겠지만 대부분(직업군인이나 자원입대 하는 아들들도 많긴 하지만) 우리의 아들들과 하는 이별은 서로 원하지 않지만 징병제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족과 이별을 하게 됩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만나서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이별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제대한 아들도 결혼하여 저희 부부의 곁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겠지요.

그때가 되면 아들이 군복무 시절에 그토록 휴가를 기다린 것처럼 아들이 본가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우리 부부가 더 기다릴 수도 있겠지요.

아들도 자신의 아가와 만나고 그 아가가 자라서 군대를 가고 우리 부부처럼 애틋함의 시간을 보내다가 제짝을 찾아 보내주고 우리의 손주들에게도 그런 별의 시간이 올 때쯤이면 우리 부부는 사진 속에서나 남아 있겠죠!

누군가 이런 말을 했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순간이 비로소 그 사람이 완전히 죽는 거라고"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영원히 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이별 앞에서 너무 슬퍼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니다.

2025년과도 이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 2026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이별은 영원하지 않아요.

만남도 영원하진 않아요.


그래서 더 애틋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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