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일요일에는 불공이 끝나는 시간인 12시 조금 전에 절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아내와 아들이 집에 없어(토요일에 처갓집 갔다가 나 혼자만 집으로 돌아옴) 내 마음대로 일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서 아침에도 어머니를 절에 모셔다 드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혹시나 엄마와 여동생이 절에 가려고 벌써 출발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절에 모셔다 드리려고 집에서 출발하니 채비하셔서 10시 30분까지 1층으로 내려오시라고 연락을 했다.
잠시 후 동생은 전화를 해서 늦잠 잤다며 세수만 하고 택시 타고 갈 테니 엄마네 도착하면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지금 일어나서 아직 자기네 집에서 출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동생이 살고 있는 풍납동에서 택시를 타고 지금 출발해서 엄마가 사시는 망원동으로 와서 영등포에 있는 절에 가려면 나와 엄마는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혼자 엄마만 모셔다 드리고 볼일 보러 간다고 하는데도 극구 자기가 택시 타고 온다며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엄마네 집으로 가고 있는 사이에 동생은 3번이나 전화를 했다.
첫 번째 전화에서 동생은 엄마 혼자서 1층까지 내려오면 위험하니 집에 도착하면 오빠가 올라가서 모시고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동생의 전화를 받자마자 고민을 했다.
엄마는 아까 전에 내 전화를 받고 절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지금쯤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준비를 하고 계실 텐데 내가 또 전화를 하면 급하게 전화를 받으려다가 혹시라도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돼서 엄마에게 재차 전화를 하지 않고 그냥 가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
두 번째 전화는 엄마가 감기 걸리지 않게 옷 좀 따뜻하게 입혀서 모시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동생 말마따나 내가 도착하기 전에 엄마가 먼저 내려오면 위험해서 어떡하지,
옷을 춥게 입고 나오면 다시 올라가서 갈아입힌 후 내려와야 하는데 등등 이런저런 생각으로 엄마네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조급했다.
나는 왜 아무도 시키거나 부탁하지 않은 일(아침에 어머니를 절에 모셔다 드리는 일)을 자초해서 하려고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지 후회를 했다.
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엄마는 아직까지도 채비를 하고 계셨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에게는 내가 엄마를 절에 모셔다 드리고 내 볼일을 보러 갈 테니(사실 볼일은 없다.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혼자 산책 좀 하다가 12시에 시간 맞춰 절에 다시 올 계획이다. 결혼 전에는 절에 가서 불공도 자주 드렸는데 지금은 그냥 부담스러워 법당에는 잘 올라가지 않는다) 너는 걱정하지 말고 바로 절로 오라고 했다.
사실 동생입장에서도 택시요금도 적게 나오고 시간도 절약될 테니 엄마네 집으로 오지 말고 바로 절로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절에 가는 도중에 동생한테서 세 번째 전화가 왔다.
동생왈 엄마 혼자 올라가려면 위험하니 오빠가 엘리베이터 타고 2층 법당까지 모셔다 드리고 가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하나의 선심만(어머니가 절에서 불공 끝나는 시간에만 집으로 모셔다 드리는 일) 수행했었는데 또 다른 선심을 수행하려 하니 그만큼의 잡음이 생긴다.
내가 오늘 처음으로 행한 아침에 어머니를 절에 모셔다 드리는 한 번의 작은 선심이 다음번까지 연속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나는 그 이후로는 못된 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한 번 수행한 선심이 당연지사가 되고 나면 다음번에 또 데리러 오지 않으면 엄마는 서운해하며 나쁜 놈이라고 평을 내릴 텐데,,,)
맨 처음에 선심을 행할 때도 그랬었다.
절에서 불공이 끝나는 시간에 기다렸다가 깜짝 모셔다 드리기 시작했을 때 아들이 평상시 안 하던 일을 하니까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은 하셨었는데 매주 모셔다 드리다 보니 당연지사 해야 하는 일이 되고 슬슬 잔소리까지 하시면서 다른 것을 더 원하셨다.
너는 이놈아 절에 와서 불공도 좀 하지 뭐가 그리 바빠 맨날 끝날 때만 오냐고 불평의 말을 했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까지도 왜 오지랖을 떨었을까?
그전처럼 절에서 불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가서 모셔다 드리기만 해도 될 걸 오늘따라 뜬금없이 집에서 절에 가실 때도 모셔다 드린다고 했을까!
마음 하나!
그냥 내게 특별한 일정이 없었으니 모셔다 드리고 싶은 마음 단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내가 모셔다 드리지 않으면 두 명의 여동생 중에 한 명이 택시를 불러 모시고 갈게 뻔하고, 올 때도 택시를 불러서 모시고 올게 뻔한데 한 번이라도 따뜻하고 편하게 내 자동차로 모셔다 드리고 싶었던 그 마음 하나였다.
어머니도 겉으로는 내가 절에서 불공을 드리지 않고 자동차로 모시러만 오니까 가끔 마음에도 없는 불만의 말을 하시지만 속으로 기분 좋아하시는 그 마음은 감추지 못하시는 것 같다.
그것이면 되었다.
엄마의 속마음을 알았으면 되었다.
마음 하나를 더 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렵게 연 내 마음,
그런 내 마음이 엄마에게 잘 전달 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