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같은 건물에 입점해 있는 거래처 여직원이 다가오더니 사무실 이전으로 내일부터는 다른 곳으로 출근한다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파리바게트 카스테라 한 개를 건네주고 갔습니다.
처음엔 업무 마감하고 직원들과 같이 먹으려고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게 고맙다며 준 것이니 제가 가져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퇴근할 때 집으로 가져가서 거래처 여직원이 그동안 고마웠다고 준 것이라며 아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아내는 우리 집에 놔둬봐야 잘 먹지도 않으니 장인, 장모님 가져다 드린다며 다음날 처갓집 갈 때 카스테라를 가져갔습니다.
저는 처갓집에서 아침을 먹고 얼마 전에 세입자가 나간 방을 손보기 위해 장인어른과 둘이서만 서울로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집을 나설 때 아내가 장인어른 드시라고 두유, 감자 삶은 것, 카스테라 등을 가방에 넣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전날 아내에게 거짓말(며칠 전에 한 선약이 있어서 집수리는 오전만 도와준다며 아내에게 거짓말을 해 놓은 상태) 한 것도 있고 해서 오전까지만 빡세게 도와주다가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사실 오후에 할 일은 별로 남아 있지도 않았습니다만,,,)
11시 30분쯤 됐을 때 친구와 선약이 있어 이제 옷 갈아입고 나가봐야 한다며 장인어른께 말씀드리고 아내가 장인어른에게 싸준 카스테라 한 조각을 몰래 꺼내 먹고 거짓말의 진상지인 어머님을 집으로 모셔다 드리기 위해 불공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어머님이 다니시는 절로 향했습니다.
어머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집에 가면 집수리 한 곳 여기저기 정리도 해야 해서 이른 저녁까지 먹고 일찍 집으로 돌아와 뒷정리를 해놓고 쉬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아버지(장인) 드시라고 싸준 카스테라 한 조각을 왜 먹었냐고, 당신 아버지(장인)는 이제 와서 저녁 먹고 있는데 친구들 약속에 가서 먹으면 될걸, 왜 그거 하나를 먹었냐"라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는데 옆에서 장모님도 뭐라 나무라는 소리까지 들리고 도대체 카스테라 3조각 담아준 것에서 1조각 먹은 것이 무슨 대역죄라도 되는 것입니까!
정말이지 너무들 한 거 아닙니까?
엄밀히 따지면 그 카스테라는 제가 가져다준 것이고 아마 카스테라는 총 10조각 정도 될 것입니다.
너무 억울해서 "그것은 내가 가져다준 카스테라였어, 10 조각되는 카스테라에서 한 조각 먹은 게 그게 욕을 먹을 정도로 큰 잘못이야"라며 한마디 항변을 했습니다.
어차피 먹은 것인데 토해내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요!
아내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이미 발생한 일 웃으면서 "점심도 못 드시고 일하는 할아버지(장인) 드시라고 싸준 건데 그걸 말도 없이 홀랑 빼먹냐"라며 지나가는 말로 웃어넘기면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매일 보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가족이라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대합니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해도 다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저도 같이 화내면 상처받을까 봐, 힘들어할까 봐 고민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낮춰 수용하는 것입니다.
가까울수록 아끼고 염려해 주며 세심하게 서로의 마음을 터치해 주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