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은행 객장이
장날이 열리는 시장 같다
장날의 시장은 북적거려도
먹거리가 많아 흥이 나지만
은행 객장엔 대부분이
시간에 배고픈 고객들이다
돈 세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다수의 볼멘소리를
등에 업은 당신의 용기가
육두문자로 둔갑했다
진정시키려고 옆에 가서 거들다가
당신의 콧바람에 내 손등을 데었다
억누르고 억누르다 속으로만 타들어간
당신의 가뿐 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당신 편에 서겠다며 팔뚝을 잡았는데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육두문자에 가려진 당신의 떨림이
내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