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생각과 행동에 대해

by 함성희

요 며칠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공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항상 이런 날만 계속되면 좋겠네요. 서울 하늘도 파란 하늘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날이 좋아서 일까요. '등산이나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산을 가볼까 검색을 해보니 주변에 좋은 산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 검색을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러다 손가락으로 등산하겠는데'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에 있던 텀블러에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등산용 가방이 없어 출근할 때 사용하는 검은색 백팩에 텀블러만 집어넣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서두른다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일까요. 심장이 두근두근거렸습니다. 이 설렘이 좋아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기분 좋게 마트로 들어가 에너지를 보충해 줄 초코바 2개와 심심함을 막아줄 젤리 1개를 사서 백팩에 집어넣었습니다. 등산 준비 끝!




산 초입에 다다르니 등산복, 등산화, 등산스틱까지 가지고 있는 등산의 고수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분들의 복장을 보며 살짝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준비하고 올라가야 하는 산인가?', '내가 너무 준비 없이 왔나?' 하지만 산 초입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었죠. 밀려드는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무작정 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 옮겼습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와 그림 같은 파란 하늘까지. 정말 '오늘 등산을 하고 있는 나는 행운아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잠시 산 초입이 지나자 점점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했죠. 가팔라진 경사에 제 숨도 가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근육들을 사용하니 힘들었습니다.


점점 숨이 차오르고 종아리도 허벅지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올라왔을까 하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평소에는 올려다보던 건물을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며 묘한 상쾌함을 느꼈죠. 잠깐의 상쾌함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한 걸음씩 올라갔습니다.


얼마나 갔을까요. 한 개 봉우리에 도착했습니다. 시야가 트이면서 시원한 개방감이 들었죠. 말 그대로 시원했습니다. '와~ 좋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지요. 힘들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가야 할 앞 길을 보았습니다. 이런! 오늘 가야 하는 목표인 연주대가 저~어~어~멀리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수많은 계단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르락 내리락이 반복되는 비주얼에 '다시 돌아갈까'라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나오며 아내에게 '이 정도 산은 산도 아니지'라며 허풍을 떨었던 나 자신이 쪽팔려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히 이대로 돌아가면 평생 놀림감이 될 테니까요. 결의를 다지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한발 한발 또 한발, 오르락 오르락 또 내리락 내리락을 반복했죠.



오늘 산행의 목적은 생각 정리였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죠. 등산을 직접 해보니 알겠더군요. 등산을 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산을 오르면 숨이 차고 힘들기 때문에 호흡을 고르고 발을 내딛는데만 신경 쓰기 바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리하고 싶었던 직장, 가족, 자녀 등 수많은 생각은 정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산행은 목적인 생각정리는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생각정리에 실패했는데 머리가 맑아지다니. 참 희한한 일이지요. 하지만 정말 머리가 맑아지고 더 이상 잡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 계단을 언제 올라가지', '계단처럼 생긴 에스컬레이터도 있는데', '연주대는 언제 나오지'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은 떠올릴 수도 없었던 것이죠. 그렇게 제 머릿속은 '올라간다'라는 딱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연주대에 있는 기상 안테나가 바로 제 눈앞에 보였습니다. '다 왔나?'라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니 재미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온 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앉아서 김밥을 먹는 사람, 아이스크림과 물을 팔고 있는 상인, 연주대 비석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 족히 100여 명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수많은 인파 속 한 사람이 되어 연주대 비석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잠시 한숨 돌리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죠. 그러기도 잠시 점점 더 많아지는 사람들에 치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


'아.. 다시 내려가야 되는구나..'


저는 희한하게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오를 때는 정상에 간다는 목표만 생각하며 무작정 오르는데 산을 내려갈 때는 별다른 목표가 없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또 이런저런 사념에 빠져 터덜 터덜 하산 중 갑자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생각은 정리하는 게 아니라 비워야 하는 것이구나.


생각을 비우는 방법은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차이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오로지 산을 오르고 있는 지금, 바로 그 순간에 집중해서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었습니다. 즉, 생각 자체가 비워져 버렸죠. 하지만 산을 내려갈 때는 집중력이 떨어져 현재가 아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과거,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 생각을 비워주고 생각을 비워줌으로써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와 기존의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생각을 떨쳐내는 방법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저와 같이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과거나 미래의 생각들로 자신을 괴롭히고 계시진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우리의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우리를 규정할 수 없습니다. 생각은 미쳐 날뛰는 원숭이와 같습니다. '어제 먹었던 파스타'를 생각했다가 갑자기 '몇 년 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가 떠오르는 게 바로 우리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행동은 다릅니다. 떠오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것은 경험이 됩니다. 경험은 시간이 누적됨에 따라 경력이 되고 그것은 곧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즉, 우리는 행동으로 규정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이 아닌 행동을 해야 합니다. 제가 등산이라는 행동을 통해 지금, 바로 이 순간의 가치를 얻고 고민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듯이 생각으로 지쳐있는 우리에게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힘들고 지쳐있는 이유는 아마도 생각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주변 환경과 사회적 인식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을 하면 분명히 변화합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내가 실행한 한 가지 행동이 미래의 나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행동도 의미 없는 행동이라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로 당신의 행동에 당신만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무작정 행동해 봅시다. 여러분이 지금 바로 이 순간 실행한 행동이 미래의 당신을 규정할 것입니다.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당신의 아름다운 용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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