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끄적] 누구에게는 일상의 공간일 집과 공간

베이징 후통을 기웃거리다가

by 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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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 특히 우연히 새로운 곳을 지나갈 때면 새삼 내가 다른 곳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는 생각에 진짜 신기한 느낌이 든다.


도무지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보통 사람들의 집이 항상 무지 궁금하다. 누군가는 ‘남의 서랍’이 항상 궁금해서 서랍만 보면 드륵드륵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집이 그런 대상이다. 맘 같아서는 문이 열린 집에는 고개를 내밀어 두리번 두리번 안을 들여다 보고, 문이 닫힌 집은 문을 벌컥벌컥 열어서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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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 그 집 하나 하나가 모두 영화 같고 드라마 같다. 그 집에 사는 아무개는 그 인생의 주인공일텐데, 아침에 일어나서 어딜 가고 뭘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집에 사는 누구의 삶을 허구로 상상해 보기도 하고, 소설을 보며 상상했던 집과 비슷한 곳을 찾는, 반대로 허구를 실제에 갖다 대 보는 놀이를 해보기도 한다.


어제 길에서 휴스턴에서 왔다는 미국인이 내게 다가와 길을 물었다. 지하철을 향해 같이 걷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 미국인은 오늘 도착한 북경에 대한 감상을 쏟아 냈다. 북해공원에 왜 조명이 없이 그렇게 깜깜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찰나 좌회전 차들이 횡단보도를 향해 달려 왔다. 미국인 특유의 오버액션을 하며 어떻게 ‘walker first’가 아닐 수 있냐며 얘기하는 그의 말투에 한숨이 푹푹 묻어났다.


중국의 아파트는 한국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하드웨어가 엄청나게 부실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아파트도, 들어가면 상상초월의 흉물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정말 한국으로 치면 폐허로 귀신 영화 찍을 거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멀쩡하게 학교 다니고 출퇴근하며 살고 있다. 중국 아파트는 보통 기본 인테리어가 전혀 안 되어 있고 각자가 입주하며 인테리어를 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누추해도 집 안은 멀쩡하고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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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후통은 겉으로는 비좁고 열악해 보이지만 대부분 최근 보수를 거쳐서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전기, 수도 시설도 고치고 내부 인테리어도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바꾸고, 문 없는 화장실로 악명 높은 후통 내 공중화장실도 ‘화장실 혁명’을 통해 점차 정상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만두 만들기 수업에 갔을 때 선생님은 한국인이 온다고 해서, 매운 걸 좋아할 것 같아 특별히 고추볶음을 만들었다고 했다. 어떤 중국인의 눈에 한국인들은 ‘매일 김치 같이 매운 걸 잘 먹는 사람들’ 인가 보다.ㅎㅎ 한국인보다 오히려 중국 쓰촨 사람들이 매운 거 백배로 잘 먹는데...


한국인의 기준에 미국인의 기준에 중국은 이해 안 가는 것도 참 많은 곳이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도 많을 거다. 미국인이 하루 만에 본 북경이 다가 아닌 것처럼, 내 눈에 보이는 북경이 다가 아닐 것처럼. 한국인은 즉 김치가 아니듯.


어쨌든 매일 아침 일어나 집을 나서는 중국인들에게는 보통의 일상일 하루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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