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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May 10. 2024

타인의 음식취향

오늘 뭐 먹었어요? 저는 비빔밥 먹었습니다.

 나는 관심 있는 타인에게 궁금한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그 사람의 음식취향이다. 평소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나름대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머릿속에서 통계와 분석을 거친다. 사람을 만나면 삼시 세끼의 민족답게 ‘밥 먹었냐’를 물어보고 심오한 질문인척 최근의 식사 메뉴를 물어본다.


“오늘 뭐 먹었어요? 아, 잠시만 제가 맞춰볼게요.

혹시 김치찜 먹었어요? “

“어? 어떻게 알았어요? ”

오, 정답! 뿌듯하기 짝이 없다(승리감에 취한 내적 웃음이 후후후하고 조용히 울려 퍼진다). 혹시 틀린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가만히 내 머릿속 통계에 있는 그 사람의 폴더를 열고 방금 대답한 음식을 입력한다. 나만의 인물-음식 빅데이터가 수정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나는 이상하게 쌀이나 밀가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오늘 뭐 먹었냐고 하는 질문에 빵을 먹었다던가 떡을 먹었다고 대답하면 호감도가 +1씩 올라간다. 내 주식이 밀가루와 쌀이기도 하지만 떡볶이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확증편향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에게도 호감도가 올라간다. ‘맛있었어요.’가 끝이 아니라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친절한 사람들 말이다. 예를 들어 거기 칼국수 어땠나요?라고 묻는다면 면은 쫄깃하고 바지락이 싱싱했다라든지, 깔끔한 채수에 해물 몇 가지를 더해 국물맛이 개운했다라든지 겉절이 김치를 소금에 절인 시간이 길었는지 배추가 질겨져서 별로였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주제넘게 주성치의 영화 <식신>이나 만화 <요리왕 비룡> 같은 엄청난 음식평을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특정한 음식에 대해 같이 주절주절 떠들다 보면 그 사람의 호불호와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씩이나!)도 엿볼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먹는 이야기는 내가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이며 그 사람의 인생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최근 먹은 음식을 공유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 더 나아가 음식을 먹으면서 관련된 레시피 같은 걸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올바른 사람(철저하게 내 기준)이 되기 위해 음식재료가 대화주제에 나오면 백일장에서 글짓기를 짓기 위해 소재를 찾는 것처럼 열심히 다양한 레시피를 던져본다(1절, 2절 넘어 우주로 갈 때도 많지만). 대충 썰어서 튀김으로 하는 건 어때요? 아니면 카레가루를 묻혀서 구워보시는 건? 아, 두유 같은 것에 살짝 졸인 다음에 들깨를 뿌리는 건 어떨까요? 레시피를 공유하는 거 정말 지나칠 정도로 다정하지 않은가, 나는 많이 먹지도 못하고 미식가도 아니고 안 먹는 음식도 엄청 많은 사람이지만 타인의 음식취향을 듣고 내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이 질문이 좋다.

오늘 뭐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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