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어려운 세상'이라고 쓰고, 다시 지웠습니다.
그렇게만 쓰면 희망을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돈 문제로 온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았을 때, 제 은사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조금만 더 견뎌내면 더 놀라운 일들이 인생에 찾아온다."
제가 무어라고 당신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힘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세상을 보는 법을 바꿔주었던 동물들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흰김수염고래라고도 불리는 대왕고래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아시겠지만, 만화 원피스에도 영감을 주었던 동물입니다.
몸길이 33m에 몸무게는 무려 179t에 이르는 대왕고래는 이름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입니다.
대왕고래는 1분에 단 두 번의 호흡만 하는데 심장의 무게만 319kg에 이르고, 또 혀의 무게는 코끼리 한 마리의 무게와 같다고 합니다.
직장 동료와의 말다툼이 자꾸 떠올라 영 불편한 심기로 오후의 햇살을 느끼고 있을 때, 이 거대한 생물이 현재 나와 같은 지구상에서 호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문제가 얼마나 작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그는 드 넓은 바다에서 이 거대한 몸을 유려하게 비틀고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초당 220리터의 피를 뿜을 수 있는 그의 심장엔 성인 남성 3명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그의 대동맥 안에서는 사람이 수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초밥과 볶음밥에서 사용되는 알로 유명한 날치입니다.
이름답게 그리고 아름답게, 마치 다른 물고기들을 희롱이라도 하듯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활공에 가깝지만요.
첨벙거리는 정도인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날치는 무려 사람의 4-5배에 해당하는 6-7m 높이 까지도 활공이 가능합니다. 그런 높이에서 가슴 지느러미와 배 지느러미를 쭉 편 채, 수백 미터를 날아갑니다.
나의 주변에도 날치 같은 사람이 참 많습니다.
조금 잘난 사람과 나를 비교하다보면 으레 시기심과 질투가 따라오지만, 날치처럼 높이 나는 사람들을 보면 절망감과 무력감까지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 날치는 사실 너무 높이 나는 탓에 종종 다른 물고기들보다 훨씬 먼저 바닷새의 먹이가 되곤 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배의 갑판 위로 떨어지기도 하지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도약이 반드시 행복과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날치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의 작은 점프에 우선 박수를 쳐주는 것은 어떨까요?
토코투칸과 무지개왕부리새로 유명한 왕부리새입니다.
몸 길이가 겨우 45cm 정도 밖에 안되는데, 부리는 무려 15cm에 이릅니다.
몸 만큼이나 큰 부리 때문에 그는 항상 뒤뚱뒤뚱 걷고, 심지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도 않습니다. 필요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무게를 잔뜩 메고 있는 꼴이, 마치 힘든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단한 부리는 보기보다 아주 무겁지는 않아서, 그의 주식인 단단한 나무열매를 부술 수 있는 무척 훌륭한 도구입니다. 더불어 나무에 구멍을 뚫어 서식지로 활용하거나 부리의 온도를 조절해 몸 전체의 체온 유지에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독특한 외형의 왕부리새는 선입견과는 달리 미술과 디자인 계에서 항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상입니다.
어쩌면, 나의 약점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개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왕부리새는 사람의 얼굴 형상을 부리 속에 숨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