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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술파티

술 없는 여행이 있을 수 있나

by 한아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닌 것이 있다. 나는 크로아티아에서 매일 와인을 마실 거야. 열심히 떠들고 다닌 만큼 나는 그곳에서 와인을 많이 마셨다. 크로아티아 와인은 한국으로 수입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프랑스 같은 와인 강국에 비해 생산하는 와인의 수가 적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까지 수입되지는 않는다. 아무튼 평소에 만나기 힘든 크로아티아 와인을 실컷 마시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물론 나는 와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와인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와인이라 하면 그저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낼 때나 혹은 기념일 같은 날에만 가끔 즐겼을 뿐이다. 하지만 알지 못한다고 즐기지 못하는 거는 아니지. 와인이 흔한 이 나라에서 와인을 다양하게 즐겼다.


가장 쉽게 와인을 접할 수 있는 곳은 마트였다. 마트에 가면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이 있었다. 대형 마트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슈퍼마켓까지 와인의 종류가 다양했다. 와인을 전혀 모르는 우리는 그저 그림과 가격으로만 와인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 화이트 와인. 고기에 어울리는 것은 레드와인이라 하는데, 우리가 고른 화이트 와인은 제법 고기와 어울렸다. 숙소에서 구운 스테이크와 와인 한잔. 특별한 것은 이 없음에도 특별한 식사로 만들어 주는 마법이었다. 당도가 높지 않으면서 가벼운 맛 이어서 이어지는 후식과도 잘 어울렸다. 마트에서 산 와인들은 대부분 실패가 없었다. 어떤 안주와도 잘 어울리는 맛에, 우리는 매일 밤 와인 한 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트뿐만 아니라 외식을 하는 레스토랑에서 역시 와인을 즐겼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각자의 하우스 와인이 마련되어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고 그 식당의 하우스 와인 혹은 점원의 추천 와인을 주문했다. 역시나 그 식당의 메뉴와 찰떡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흐바르에 머물렀을 때, 우리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호텔에 머물렀다. 근처 레스토랑이 별로 없어 우리는 호텔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석양이 질 때 자리를 잡은 우리는, 멀리 펼쳐진 바다와 지는 태양, 그리고 로맨틱한 레스토랑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고, 식당이 점점 붐벼갔다. 대부분 숙박객 들인 손님들은 아주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물론 다들 한잔씩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그날 크로아티아의 전통 요리인 문어 페카를 주문했다. 문어 페카와 함께 곁들일 하우스 와인도 함께 주문했다. 그날, 흐바르 호텔에서 머문 밤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즐거운 밤이었다.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친구와 도란도란 수다를 떨면서, 시간 걱정 없이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 순간. 여행을 추억하는 지금, 크로아티아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보다 그날의 밤이 가장 내 가슴 깊이 남았다.


매일매일 술을 먹고 즐겼다. 술을 취할 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매 끼니에 곁들인 것은 사실이다. 어느 날은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시원함을 즐기기 위해 마셨고, 어느 날은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즐겼다. 술을 먹고 노곤해진 분위기에 이어지는 대화의 순간을 위해 마시기도 하였다. 술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술쟁이가 되어버린 지금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크로아티아의 추억이 된 와인과 함께한 밤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 것은 크로아티아의 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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