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즐겁게 여행하자
내가 자유여행 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현지투어를 신청하는 것이다. 물론 언어가 힘드니까 한국어로 된 현지투어 말이다. 자유여행으로 가면 가장 큰 단점이 관광지를 돌아다녀도 왜 여기서 다들 사진을 찍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반나절 정도 현지투어를 여행 일정에 넣게 되면, 해당 여행 국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고 여행이 좀 더 풍부해진다.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에서도 현지투어를 신청했다. 기왕이면 여행을 시작할 때쯤에 하는 것이 좋아서 첫 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서 투어를 신청했다. 우리가 선택한 투어는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을 걸으면서 듣는 투어였는데, 가이드가 젊은 여성분 이어서 사진을 잘 찍어 줄 거라는 기대로 신청하게 되었다.(마치 친구가 아이폰으로 찍어준 느낌을 줄 거 같았다.)
투어당일 가이드를 만나기 위해 올드타운의 게이트 중 하나인 플로체게이트로 향했다. 잠시 그곳에서 기다리다가 투어 가이드와 투어 일행을 만났다. 이번 투어에는 우리를 포함해서 총 4팀이었는데 친구여행, 모녀여행, 혼자여행 등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투어에 참여했다. 다양한 연령대에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신기한 조합이었다. 만나자 말자 우리는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성벽투어를 시작했다.
올드타운 성벽투어는 올드타운을 둘러쌓고 있는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두브로브니크를 감상하는 곳이다. 두브로브니크를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벽투어는 아름다운 관광지이지만 단점도 존재했으니, 내리쬐는 태양과 미끄러운 바닥이다. 두브로브니크는 여름에 굉장히 더운 관광지 중 하나인데, 성벽에는 그늘이 존재하지 않기에 태양을 그대로 받아 매우 덥다. 게다가 오래된 성벽 바닥은 미끄러워서 조심히 다니지 않으면 사고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여행한 시기는 가장 더운 시기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덥다 못해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었다.
투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이드의 지시에 맞게 설명을 듣거나 뷰포인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4팀이나 있고, 우리 외에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기에 포토타임은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찍고 있지 않으면 같이 다니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투어 팀 중 한 팀의 어머니는 70대로 연세가 가장 높았다. 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 모든 팀의 사진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들, 미끄러운 바닥까지, 젊은 우리들도 흐르는 땀에 체력이 훅훅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 어머니는 씩씩했다. 포즈를 취할 때도 빼지 않고 적극적이었고, 가이드의 말도 경청했다. 부지런히 걸었고 뒤처지지 않고 다녔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길은 가이드가 꼭 가시지 않아도 된다 했지만, 그것도 빼지 않고 부지런히 다니셨다. 티셔츠가 땀으로 젖어갔지만, 젊은 우리보다 어느 때는 더 열심히 다니셨다.
투어 중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 어머니가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투어 일행 중 일부는 두브로브니크의 풍경이 기존에 가 봤던 유럽의 도시에 비해 아름답지 못하다 평가했다. 아마 이 더운 날씨가 그 불평을 키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어머니는 긍정적이었다. 딸이 먼저 가봤다던 두브로브니크에 오고 싶었다고 하셨다. 딸과의 여행을 위해 본인 혼자서 딸이 사는 영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갔으며,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동유럽으로 오셨다고 한다.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긴 비행을 했지만 더 열심히 여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따님의 말로는 파스타를 매일 먹어도 불평 하나 없으시다고 한다. 그렇게 여행하는 모습이 나에게 너무 좋아 보였다.
여행 권태기처럼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 약간의 지루함과 짜증감이 생기는 순간들이 있었다. 예전만큼 여행하는 내내 두근거리거나 즐겁지 않은 적도 많다. 나는 이게 나이가 들어 기대감이 줄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저 70대의 어른도 저렇게 여행의 순간을 즐겁게 보내는 걸 보고 나이 탓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아니라 그저 나의 마음가짐의 문제였다. 여행의 모든 순간이 여행 전 상상한 것만큼 아름답거나 좋지는 않다. 때로는 길이 생각보다 힘들고(계단이 많고), 날이 덥기도 하고, 사람이 많기도 하다. 여행이란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항상 즐거울 수는 있다. 그것은 결국 내 마음가짐일 것이다. 아름다운 이곳을 보기 위해 그 긴 비행을 견디지 않았는가.
언제나 즐겁게 여행하자! 여행이 끝나고 이 더위도 이 힘듦도 다시 그리워하면서 여행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여행을 하는 이 현재는 좀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여행한다면 더욱 즐거운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