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함께 여행하는 법
6년 만의 친구와의 여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6년 만에 떠나는 친구와의 ‘해외여행’이었다. 2018년 대학 친구들과 함께 치앙마이를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이후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여행을 못 갔고, 코로나 이후에는 가족들과 혹은 혼자 떠났다. 친구와의 여행은 오랜만이라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족들과 함께라면 혹은 혼자 간다면 하지 못할 여행을 한다는 기대감에서였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휴양지로 불리는 곳이다. 많은 유럽인들이 여름이 되면 반짝이는 바다가 있는 크로아티아를 찾는다. 스티브잡스가 사랑했던 휴양지도 크로아티아에 있는 대표적인 휴양섬 흐바르였다. 리조트 중심의 휴양지인 동남아와 다르게 바다에서 하염없이 누워서 쉬고 수영하는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 크로아티아를 목적지로 잡았을 때는 휴양보다는 관광의 마음이 더 컸다. 붉은 지붕과 바다를 구경하고 아바타 모티브가 된 플리트비체를 걷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여행 정보를 찾아보니 바다 수영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돼버렸다.
사실 나 혼자 갔다면 혹은 가족들과 갔다면 아마 바다에서 수영하고 휴양하는 일정은 포기했을 것이다. 기존 우리 여행 스타일에 맞지도 않고 뭔가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와의 여행이었다. 둘이서 여행 계획을 열심히 세우다 보니 흥이 돋아 오히려 내가 주도적으로 바다에서 수영하고 놀 것을 제안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점점 더 불이 올랐고 각자 비키니도 구매해서 챙겨가기로 했다. 서로 쇼핑한 비키니를 여행 전부터 자랑한 것은 덤이었다.
친구와의 여행은 확실히 가족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뭔가 더 새롭고 더 도전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더 걱정되기도 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도 화가 나거나 짜증 나는 순간이 있는데 친구랑은 그러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실제로 기존에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최대가 4박 정도여서 내 마음 상태를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8박 11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친구랑 같이 다녀야 했다. 이 친구와는 국내여행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같이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여행 전부터 우리가 싸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두기로 했다.
미리 생각했기에, 그 대책도 나름 고민했다.(심지어 진지하게 말이다.) 너와 내가 함께 여행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 싸울 수는 있지만 금방 화해하기 위해서, 공항에서 따로 들어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가장 먼저 서로에게 얘기한 것은 서운한 점이나 힘든 점이 있을 때 즉각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자는 것이었다. 괜히 내가 힘든 순간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가슴에 쌓아두어서 서로를 원망하지 말자는 것이다. 마치 배려한 듯한 습관이 오히려 서로의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다짐으로 우리는 여행 중 나름 원하는 것을 명확히 표현했다. 물론 서로의 의견이 다를 경우 결국 한 사람의 의견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든 내 의견을 어필했고 방향을 결정하는데 참여했기에 앙금이 쌓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서로의 개인 시간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리는 웬만하면 침대는 따로 쓰거나 심지어 방이 따로 있는 곳을 빌렸다. 물론 더 싼 곳도 있지만 8박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잠에 드는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있고 싶었다. 이러한 시간은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내향인인 나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다. 개인 시간은 휴식뿐만 아니라 여행 중에서도 서로에게 주어졌다. 예를 들어 나는 관광을 더 하고 싶고 친구는 숙소에서 쉬고 싶다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둘이 갔다고 꼭 붙어 다니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는 붙어 다녔다. 하지만 어느 시점은 따로 행동했다. 혼자서 돌아다니면 마치 내가 혼자여행을 온 듯한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이것이 즐거운 이유는 저녁에 친구랑 만나서 나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까 그렇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우리는 다행히도 다정하게(?) 공항에 같이 들어왔다. 싸우지 않고 들어왔다. 물론 서로에게 감정적인 앙금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즐거움이 더 컸던 여행이었다. 이 정도면 이 친구와 더 긴 여행도 가능할 듯싶다. 다음에는 포르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