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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의 속도

네가 이러면서 J가 아니라고

by 한아 Feb 14. 2025

 여행을 결정하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이제 여행 준비 시작이다. 우리는 항공권을 일찍 끊었기에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많으니 더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우리의 여행 준비 속도는 달랐다.


 나는 여행 준비를 할 때 먼저 전반적인 내용을 훑는 편이다. 전반적인 내용이라 하면 여행책부터 시작해서 블로그 후기, 유튜브 등이 있다.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여행을 훑어본 이후에 구체적인 정보를 검색한다. 물론 전반적인 내용을 찾아볼 때 이미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는 있다. 다만 적어내지 않을 뿐이다.  


 오랜만의 친구와의 여행에서 가장 먼저 당황한 것은 여행 준비의 속도였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결정하고 항공권을 바로 다음 날 결제했다. 사실 기존이었다면 좀 더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 며칠을 고민했을 것이다. 항공권을 끊고 다음 순서는 여행 코스를 정하는 것이었다. 크로아티아는 가야 하는 도시가 정해져 있는 편이었다. 나라가 세로로 긴 모양이기에, 대부분 바다를 끼고 쭉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코스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기간이 길지 않기에 핵심 도시만 돌아도 시간이 빠듯했다. 여행 코스를 정하고 다음 준비는 숙박예약이었다. 사실 나는 숙박 예약에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친구는 즉시 움직였다. 코스가 정해지자 괜찮은 숙박 리스트가 카톡으로 쏟아졌다. 친구가 이렇게 빠르게 준비하니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여유롭게 있을 수 없었다. 나도 퇴근하고 오면 에어비앤비 사이트와 호텔예약 사이트를 뒤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때는 이렇게 서둘러서 숙박예약을 하는 것에 불만도 있었다. 평일 저녁에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친구도 이유는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호텔이 비싸 주로 에어비앤비로 가게 될 텐데,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다르게 하나의 숙박시설에 방이 여러 개가 아니니 마음에 드는 숙박시설은 빨리 예약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결국 친구와 나는 항공권을 예약한 그다음 주에 바로 숙박시설을 예약하게 되었다.


 나는 친구에게 너는 나보다 지독한 J라 했지만, 친구는 그때마다 자신은 늘 P라는 것이다. 아니 P가 이렇게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다고? 의아했지만 생각해 보면 친구는 계획적인 것보다는, 실행력이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준비를 할 때 우선 다양한 것을 살펴보고 고민하고 결정한다면, 친구는 하기로 결정하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정보를 찾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귀찮아서 준비를 차일피일 미루어도 친구는 얼른 이걸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여행 계획을 어느 정도 다 완성한 후에 일정을 변경한 일이 있었다. 흐바르 여행을 당일치기에서 1박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은 평일 밤 11시였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나는 그 결정을 끝으로 잠들었지만, 갑자기 스위치가 켜진 친구는 새벽 3시까지 흐바르에 대해 조사했다. 결국 우리는 바로 2일 후에 만나 숙박 예약을 완료했다. 우리의 여행준비 차이는 속도였다. 나는 찾아보고 미루고 고민한다면, 친구는 최대한 빨리 찾아보고 정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서로 많은 부분에서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서로의 취향도, 속도도, 관심사도 다르니 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한동안 혼자 여행 혹은 가족 여행을 다니면서 내 마음대로 일정을 계획하고 실행했는데, 오랜만의 친구와의 여행에서 조율이라는 것을 다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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