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비즈니스 타자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나는 비행기를 처음 탔었다. 수학여행으로 흔히 간다는 제주도 조차 가보지 않았던 나의 첫 비행 목적지는, 영국 런던이었다. 영국 런던까지 가는 직항 비행기의 가격은 당연히 비쌌기에 나는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이륙한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첫 비행의 떨림과 긴장으로 너무 많은 걱정을 껴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기체점검으로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자 얼마나 초조했는지... 마침내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유럽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무사히 출국수속을 하고 비행기 탑승하는 것, 그리고 환승하는 것만 신경 썼지, 내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그 순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장거리 비행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했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던 나에게는 긴 비행시간이 그저 차를 길게 타고 가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좌석이 좁고 불편했으며, 옆의 사람이 신경 쓰였지만 무사히 이륙했다는 사실에 모든 불편함은 날아갔다. 첫 장거리 비행에서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졸리면 자고 기내식이 나오면 먹고 화장실 한번 가서 양치하고, 다시 영화를 한편 보거나 잠이 들었다. 그런 행위를 두세 번 반복하니 우리는 환승지인 카타르에 도착했다. 카타르 공항에서도 그냥 아무 의자에 앉아서 잘 쉬고 잘 잤다. 한참 기다려 환승 한 비행기에서도 피곤함을 몰랐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여행모드로 바로 돌입했다. 생각보다 시차도 없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20대의 이야기이다...
크로아티아를 가기 위해 오랜만에 간 장거리 비행. 사실 최근에 4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경험한 적이 없어 장거리 비행에 대한 걱정이 적었다. 비교적 최근에 장거리를 경험한 친구의 권유로 비상구석을 구매하고, 목베개와 가습마스크 등을 준비했지만, 친구가 과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20대 때의 기역만 믿고 나는 장거리도 하나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비행기가 이륙하고, 비행기에서 있는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아 나는 20대 때의 나처럼 장거리를 견딜 수 있는 몸이 더 이상 아니구나를 말이다.
일단 그때는 아무 데서나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잘 수 있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면 생각보다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고 장거리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에 비해 잠자리가 더 예민해졌다.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는 잠을 자야 시간도 잘 가고 피곤도 풀리는데, 그 잠이 오지 않으니 너무 힘들었다. 비상구석을 구매해서 다리를 뻗을 수는 있었으나, 비상구석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잠드는 게 더 어려웠다. 게다가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건조함이 내 목을 괴롭혔다. 가습마스크가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유난을 떨면서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는 잘 견디지만 그래도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서 장거리는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비즈니스석을 비싼 돈 주고 타는지 알게 되었다. 회사 선배가 다음에 장거리 갈 거면 비즈니스 끊을 거라고 얘기하는 걸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내가 가는 노선의 비즈니스석이 얼마인지 검색해 보고 빠르게 검색창을 닫았지만 말이다. 아마 나는 비즈니스석을 탈 돈이 있으면 비행기를 두 번 타는 걸 선택하겠지? 이번 크로아티아 비행에서 깨달은 건, 장거리는 젊었을 때 많이 가자였다. 그동안 돈과 시간을 핑계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만 여행 다녔는데, 조금이라도 젊을 때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다. 장거리 비행은 너무 피곤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