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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여행, 다시 떠나보자

by 한아

6개월 간 준비했고, 11일간 떠났던 크로아티아 여행이 끝이 났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여행은 많이 기대되었고 긴장되었으며, 설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어느 날은 너무 두근거렸고, 어느 날은 짜증이 났으며, 어느 날은 평온했다. 마치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대학생 시절이 생각나 더 감정이 증폭되었을지도 모른다.


크로아티아는 상상한 것만큼 아름다웠다. 특히나 그 반짝이는 바다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크로아티아는 나에게 새로움을 주었다. 처음으로 해본 바다 수영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비록 튜브를 팔에 끼고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수영을 즐겼던 두브로브니크 해변과 아무도 없이 오롯이 바다에 우리만 있었던 흐바르 바다까지, 크로아티아의 바다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8박 11일이라는 기간은 길면서 짧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회사를 비우는 것이 걱정되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마무리하고 인계했음에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걱정을 사서 했다. 내가 없어도 어떻게든 회사가 돌아갈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8박이란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평소보다 짧게 느껴졌다. 앞서는 의욕보다 약한 내 체력으로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은 힘들었고, 금방 석양이 지고 밤이 되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아쉬웠다.


이번 여행이 즐거웠던 것은 오래된 친구와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혼자 여행도 가족과의 여행도 좋아하지만 친구와의 여행은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편안한 사이이기에 오갈 수 있는 농담들이 즐거웠다. 남들 앞에서 같이 주접떨 친구가 있어 재미있었다.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약간 부끄러워질 때도 같이 바다로 뛰어갈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재미있었다. 외국인처럼 느긋하게 저녁을 2시간 이상 먹어보자고 결심하고, 밤이 깊어가고 조명불이 밝을 때까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새벽 일찍 일어나 플리트비체 가져갈 도시락을 싸면서 소곤거리며 떠는 수다가 좋았고, 플리트비체를 다 걷고 나서 지친 다리를 이끌고 숙소에 들어와 소주 한잔 하면서 떠드는 시간이 좋았다.


여행이 끝나고 몇 개월이 흘렀다. 이제 크로아티아는 추억이 되었고,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언제 또 이렇게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고, 또 언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지 모르지만(아니면 생각보다 빨리 장거리 여행을 떠나게 될까) 다음 여행은 나에게 또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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