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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들 Oct 02. 2017

,라는 문장만 남기고


버스정류장으로 버스가 들어왔다. 그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집 갈래?

그 사람이 대답 대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랬다.

왜 그래? 외로워?

나는 웬만해서는 사람들을 집에 잘 불러들이지 않았으니까, 좀 물을 수도 있는 거였는데. 불현듯 그 사람에게 화를 냈다.

아니? 뭐가 외로워. 잘 가.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혼자 걷는 걸음소리가 무섭다는 게, 집에 가면 음소거로 틀어져있는 티브이가 질렸다는 게, 그게 뭐가 그렇게 창피했을까.     



나는 때로 우리가 거짓말쟁이들 같다. 그 거짓말이라는 건 남을 속이기 전에 자기 먼저 속이는 일이라, 나는 때로 우리가 더 아프려고 애쓰는 사람들 같다.     

가여워지기 싫어. 못나기 싫어. 난 튼튼하고 싶어. 나를 안아주려는 사람은 싫어. 하지만 나 안기고 싶어.     

그런 마음들이 읽히는 밤이면 나는 거짓말들을 모아 화롯불에 던지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나 안기고 싶어-라는 문장만을 남기고 모두 붉은 점이었다가 하얀 재로 흩어지는 상상. 화롯가에 둘러앉은 거짓말쟁이들이 허무하게 진실을 고백하고 머쓱하고 가벼운 웃음을 짓는 상상.     

나는 어느 날엔 좀 가엽기도 해. 못나기도 해. 유약하기도 해. 그런 날이 더러 있기도 해. 나 좀 안아줘.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우리 사랑에 대고 화를 냈을까, 본래 사랑이라는 건 그것들을 향해 있는데. 우리가 사랑에 등돌리고 외로움을 거짓말하는 동안, 사랑도 외로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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