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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an 02. 2024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Ryuichi Sakamoto | Opus

유작이다.


그가 콘서트를 열 만한 상황이 되지 못하자, 필름으로 남긴 오퍼스.

2시간의 시간동안, 스무곡이, 아무런 진행도, 대사도 없이 연주된다.

오직 앵글에는 그의 모습과, 피아노, 조명, 건반만이 비추어질뿐.



류이치 사카모토의 대표곡으로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가 있다.

이곡은 마치 굽이치는 강의 흐름과같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데, 사실 류이치의 음악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리스츠나 쇼팽, 슈만과같이 화려하고 펼쳐져있는 소설같은 음악이라기보다.

그의 음악은

'시' 같다.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 시처럼, 한 음 하나하나에 모든것이 담겨있다.


20180219라는 곡은 그중 가장 인상적이다.

이곡은 음원이 없다. 오직 영화를 관람한 자만이 감상할수 있는 곡이다.

일종의 타악기인 (물론 건반악기로 분류되지만) 피아노의 각현에, 못, 펜치, 작은가위, 금속의 조각을 끼워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때마다 크고작은 금속의 울림을 만들어낸 곡이다.

2분음표인 불협화음으로 시작해서 불협화음으로 끝나지만, 각 포인트마다 내는 불협화음과 금속의 노이즈가 훌륭하게 인상적이었다.

마치 행위예술을 보는듯, 미술, 무용, 음악이 총망라된 곡. 


그저 화음을 간간히 누르는것만으로도

화려하지 않아도

휘몰아치지 않아도

모든곡에는 그의 함축된 언어가 녹아있다.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 시라면, 모든 펼쳐진 악보를 하나의 화음으로 표현한 뉴에이지의 대표음악은 단연코 류이치사카모토의 곡이 아닐까.


친구가 그랬다.

미술또한 구상미술에서 시작하여 추상으로 귀결된다고, 마치 소설이 축약되어 시가되는것처럼, 류이치 사카모토 또한 하나의 화음으로 펼쳐있는 음악세계를 표현한것이리라.


그분의 팬이 아니라면 아마 2시간의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그분의 팬이라면, 혹여 그분의 유작에 관심이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당신과 이런영화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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