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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Feb 19. 2024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어릴적부터 책을 좋아했다. 만화방도 아닌, 서점도 아닌곳에서 

아, 기억났다 보람책방. 

그곳에서 매일 책을 빌려다 봤다. 책방주인은 유난히 낙하하는저녁에 대해 '우울하고 쓸데없이 기괴한'소설이라고 겁을 줬고. 그때부터 왠지 이 책을 읽기 무서웠다. 아마 15세이상관람가 급인 소설을 10살 소녀에게 읽히기 싫으셨나 보다.


마흔살이 넘어 이 책을 집어든다. 왠지 무서움도 극복할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목부터 매력적이지 않은가, 낙하하는 저녁 이라니. 이미 저녁은 낙하하는 태양과 함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낙하한다는 말은은 그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당신들과 나는 다케오다. 하나코다. 리카다.  다케오처럼 사랑의 변화에 대해 솔직히 받아들인다. 하나코처럼 그 어느것에도 속박되지 않는다. 리카처럼 때로는 지난 사랑에 매달린다. 세개의 입체적인 캐릭터가 모여 결국 당신들의 캐릭터를 만든다. 

나는 지금 다케오인가 하나코인가, 리카인가. 당신들은 어떠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코이고싶다. 사랑할수 없는 그대를 사랑하여, 영원히 부재에 시달리는 하나코. 어디든지 떠나고 갈수 있는 하나코. 사랑스러움과 견딜수 없는 괴리감을 가진 하나코 말이다. 그 누가 하나코의 캐릭터에 대해 그녀의 결정에 대해, 그녀의 종잡을수 없는 사생활에 대해 비난할 수 있을까? 모두들 한번쯤은 하나코의 캐릭터를 가슴에 품고 살텐데 말이다.



# 나는 망령이었다. 

다케오와 스티브가 이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나는 이 세상을 살지 않는 사람. 물 흐르듯 일상을 살면서도 망령인 내게는 돌아갈 장소가 없다. 간단다하


# 다케오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은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다케오에게 가까운 일이었다. 적어도 다케오와 관계있는 일이었다.


# 하나코는 동물 같지도, 식물 같지도 않다.

바로 옆에있는데도, 그 사실을 의식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살아있음의 거추장스러움이 없는사람, 생기가 없다는 뜻에 아주 가깝다. 그러면서도 음침한 느낌은 없고, 오히려 건조하고 밝았다.


# 자몽같은 달. 슬프지는 않았다.


#라디오를 되게 좋아하네. 내가 말하자 하나코는 담요를 돌돌말고, 한 프로그램 끝나면 허전해지니까. 그래서 좋아.


 # 소이치는 나를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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