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May 21. 2024

불면


너는 나의 오래된 친구다. 비로소 너에게 고백한다.


약속한 오전 네시.

먼 발치에 서서 날 기다리는 너는, 새벽별을 켰다 껐다 한다.

주광등 아래에서 조우한 너와 나는 풍요롭다.


턱을 괴고,

내려앉은 어둠과 빛 사이의 경계를 바라본다.

온전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거울이 되 준 너는,

초침, 분침의 흐름처럼,

커피와 함께 내 혈관을 흐른다


너로 인해 나는 새벽녘의 개밥바라기별을 만날 수 있으며,

잠들어 있을 당신들을 그리워 할수 있다.

너로 인해 나는 동트는 태양과 마주하며

빛이 내려앉는 창밖의 풍경을 아주 느리게 소유한다.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순간 만큼은 그저 나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지난 밤 벗어놓은 페르소나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시간의 유속에 소화되지 않은 감정을 흘려보낸다.


그렇게 너는 나의 일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1일의 장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